변화.
함께 들어간 카페의 내부는 낡고 허름해 보였지만 마치 어느 시대로 거슬러 올라온 듯 시간 속에서 묻은 향기가 배어나고 있었다. 우리는 별채로 들어갔다. 우리를 안내한 이는 이곳 주인이 꽤나 아끼는 곳이라 설명했다. 사방이 창으로 되어 있어 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창밖은 서서히 안개가 거치며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이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가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는 내 이런 맘을 알아챘는지 나를 보며 웃었다.
"이곳에서 보는 창밖의 풍경은 사계절이 다 아름답지만 나는 눈 내리는 겨울 속 풍경이 맘에 들어요. 아쉽지만 오늘 아침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저 선물은 두 눈에 담아 가는 거로......"
나는 그의 말에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한 이가 커튼을 반쯤 내리고 밖으로 나갔다. 어색한 분위기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가 바라보고 있었다.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소브루에서 처음 만났을 때보다 표정이 단호해져 있었고 어두운 게 생각이 많아 보였다.
"궁금해요."
한순간 그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변했다. 시간을 재는 듯 그는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지금 뭘 고민하고 있는지 알 거 같은데 말해볼까요?"
"내가 뭘 고민하고 있었을까요?"
"당신과 나 사이의 시간차"
"그 시간차가 너무 큰 대도 괜찮은가요?"
그는 갑자기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그의 웃음소리가 너무 커 당황했지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에겐 전혀 문제가 안 돼요. 그리고 난 윤설이란 사람에 대해서 느꼈고 앞으로도 느끼고 싶어요. 내가 이미 당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면 당신은 나에 대해서 아니 우리의 만남에 대해서 고민할까요?"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상대방을 압도하는 어떤 힘이 있었다. 그는 그동안 나에 대하여 생각하고 정리를 끝낸 후 만나러 온 거처럼 느껴졌다. 그 또래들한테서는 느낄 수 없는 차분하고 깊이가 있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답대신 말없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그 사이 우리를 안내했던 이가 들어와 음식이 담긴 접시와 커피잔을 놓고 나갔다. 그는 빈접시에 샐러드를 덜어 담은 후 내 앞에 놓았다.
"혹시 이 카페 이름 봤어요?"
"티파니에서 아침을"
그는 포크를 내려놓고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안개 때문에 간판을 보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그한테 칭찬을 받은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눈썰미가 있다고들 해요."
"그러니까 글도 쓰고 그리기도 하나 봐요."
"살짝 기분이 상하려 하네요."
"미안해요. 기분 상하라고 한 얘기는 아니었는데. 그저 당신의 재능이 부러워서. 그런데 왜 카페 이름을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고 지었을까요. 궁금하지 않아요?"
그는 가만히 포크를 옆에 내려놓고 내 눈과 높이를 맞추었다.
"글쎄요. 주인장의 생각을 알 수는 없지만 지나간 시간 속의 인연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은게 아닐까요?"
그는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 포크를 들고 식사를 계속했다. 간간이 그가 나에게 던진 농담에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나도 모르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표정에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젖어들고 있었다.
"당신 참 이상한 여자야!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 이곳에 와본 적 있었어요?"
"이 카페 이름이 아주 오래전 영화 제목 아닌가요? 들어오면서 느껴졌어요. 카페 안 소품들을 보면서."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요. 어쩌면 당신이라면 작은 거 하나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거처럼 보였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말없이 커피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의 두 눈과 마주친 순간 온 신경이 마비된 듯 그 눈빛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는 애써 긴장을 떨치려는 듯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음. 내가 당신의 남자이고 싶은데 당신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