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어색함을 풀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차 한 잔 하실래요?>
<커피 한 잔 하실까요?>라는 말이다. 민원인의 왕래가 빈번한 우리 사무실 문 옆에는 정수기 한 대가 놓여 있다. 그 위에 각종 티백으로 만든 차가 담긴 큰 바구니와 차 스푼을 담아놓는 머그잔 하나가 오는 이를 반겨준다. 또 그 옆에는 빈 봉지를 버릴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까지 있어 완전체의 모습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면 오래된 종이 냄새와 방향제 향이 섞여 나를 반긴다.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 출근 인증을 하고 겉옷을 벗어 백과 함께 사물함에 넣은 후 커피믹스 한 잔을 타서 창가로 간다. 옅은 안개가 드리워진 아침산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커피 향을 즐겨본다. 이른 아침의 커피 한 잔은 졸음을 몰아내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난 후에는 누가 부탁하거나 하라는 이는 없지만 제일 먼저 비어 가는 커피와 각종 차들을 보충해 놓는다. 신입(新入) 일 때부터 해왔던 터라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여직원 2명에 남직원 합쳐 20여 명에 가까운 우리 사무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어우러져 왁자지껄하게 하루를 맞이한다.
세종경찰서 1층 무인 커피숍 '세종 마루'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가끔 서로 다른 의견으로 목소리가 커질 때가 있다. 마음 약한 이가 먼저 '세종 마루'에 가서 커피나 한 잔 하자며 팔을 잡아끌면 못 이기는 척 따라 나간다. 일반인이 쉽게 찾아오기 어려운 경찰서 건물에 '세종 마루'같은 따뜻한 휴식 공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세종 마루'가 생기기 전에는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고 뺀 커피 한 잔을 들고 이리저리 헤매다 식은 커피를 마셨다. 때로는 바람에 종이컵이 넘어져 커피가 옷에 튀어 얼룩진 적도 있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커피를 떼놓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내근업무와 외근업무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우리 사무실에는 민원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일반인들의 출입이 잦다. 업무 시작 전부터 들이닥치는 열혈 민원인들의 얼굴은 웃음기가 전혀 없는 무표정의 사나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이 커피 한 잔은 제2의 직원이다.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분위기가 '쏴'할 때는 이 커피 한잔이 숨을 틀 시간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유연제가 돼준다.
점심시간인데도 사정없이 문이 열렸다. 역시나 표정이 밝지 않는 남자 민원인이 들어와 앉았다. 그래도 업무 담당자가 굵직한 저음으로 <커피 한 잔 드릴까요?>하고 묻자 민원인의 얼굴 표정이 환하게 살아났다. 저분도 점심시간에 와서 미안한 마음에 표정이 그랬나 보다 생각해본다.
차 한 잔이나 커피 한 잔을 대접하는 맘 씀씀이에 대부분 표정이 풀어지며 대화가 부드러워진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사람의 눌린 맘을 풀어주는 데는 대부분 커피의 마법이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모니터를 째려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우리 팀장님이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준다며 자리에서 나를 일으킨다
늘 조용히 자기 일만 하던 분이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내손에 들려주는 아이스커피 한 모금을 입에 넣는다.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감으로 쳐다보고 있는 팀장님을 보며 웃었다.
<간이 딱 맞아요>
엄지 척을 날렸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pixabay - 커피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