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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n 04. 2019

너랑 나랑

무엇으로 살 것인가. 

요즘 가장 '핫(hot)'한 뉴스는 팝의 고장 미국, 영국 등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며 세계적으로 '아미'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멤버 RM(리더),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등 7명으로 구성된 방탄소년단(BTS)과 토트넘 훗스퍼 FC 공격수(FW)인 손흥민 선수의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대하여, 그리고 얼마 전 종료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다. 연일 올라가는 기온만큼 우리뿐만이 아닌 세계적으로 그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드컵 경기를 제외하고는 축구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내가 손흥민 선수의 인성에 대하여 칭찬하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되니까 그에게 관심이 갔다. 정말 그의 인성이 보도된 기사처럼 그런지 궁금했다. 방탄소년단(BTS)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TV에서 쏟아지는 멤버 7명에 대한 뉴스를 접한 뒤로는 어느새 그들의 기사를 하나 둘 찾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칸영화제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나오더니 어느 날에는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낭보(朗報)가 들려왔다. 영화 관계자는 아니지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봉준호 감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놀라움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5월 말, 드디어 '기생충'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개봉일에 일찌감치 관람한 직원이 '아무 생각 없이 가서 봐야 재미있다'는 말에 더 관심이 갔다. 설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인데'라는 의문을 갖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표 예매를 부탁했다.  


드디어 휴일이 되고 우리는 그 직원의 말대로 아무 생각 없이 CGV로 향했다. 집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편한 복장으로 걸어갔다. 영화가 시작되려면 20여분쯤 여유가 있었는데도 영화관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관람객으로 붐볐다. 시간이 10여분쯤 남자 드디어 입장이 시작되었다. 관람석 제일 뒤 커플석에 자리 잡은 우리는 시원한 콜라를 마시며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모두가 백수였다. 휴대폰 사용료도 내지 못할 만큼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밤이면 지상으로 통하는 기택네 창문 옆으로 술에 절은 취객들의 소변 줄기를 쳐다보며 욕지거리를 퍼붓기도 했다. 어느 날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찾아온 명문대생 친구(박서준)로부터 소개받은 고액 과외자리는 백수인 가족 모두에게는 수입원에 대한 희망이었다. 


가족의 기대를 받으며 도착한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의 집은 기우가 사는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호화로운 저택이었다. 박사장의 와이프 연교(조여정)는 아름다우면서도 고상한 티가 넘쳐 보였지만 허당끼 많은 사모님이었다. 이렇게 기우가 연교를 만나면서 동생 기정(박소담)을 박사장의 아들 미술과외선생으로, 기정은 아버지 기택(송강호)을 박사장 운전기사로, 기택은 와이프 충숙(장혜진)을 가사도우미로 기택 가족 모두가 박사장 집에 들어오게 된다. 


영화 '기생충' 중 


가족 모두 수입원이 생긴 것을 자축하기 위해 불판에 고기를 구우며 밝게 웃을 때만 해도 소소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기택이 무리하게 충숙을 박사장 집 가사도우미로 들이기 위해 문광(이정은)을 모략해 내쫓는 순간 불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가족 모두가 깨닫지 못했다. 기택은 문광의 남편이 지하에서 비참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그들보다는 지상에서 생활하는 자신이 좀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힘들고 부족한 게 너무 많은 기택 가족에게는 박사장 집이 신기루였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박사장한테 기택은 그저 자기한테 빌붙어 사는 사람으로 차 시트에 불쾌한 냄새나 배이게 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래서 남이 볼 때는 적당히 맞춰주고 존중해주는 척하다 와이프 은교와 있을 때는 자기의 본성을 드러내며 기택을 무시했다. 


박사장에게는 그의 울타리 안만 중요할 뿐 없는 이에게까지 베풀을 관심은 없었다. 은교역시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남편 박사장과 딸, 그리고 아들뿐이었다. 특히 박사장과 은교의 아들에 대한 가부장적 사고는 옛날부터 뼛속 깊이 파묻혀 있는 아들에 대한 집착이 아닐 수 없다. 박사장 가족이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캠핑을 갔다가 악천우로 인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두 가족이 남모르게 느낀 누리는 자와 못 누리는 자에 대한 모멸감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기우는 박사장 아들의 생일파티 때 선물 받은 수석으로 문광의 남편을 죽이려다 오히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문광의 남편은 파티가 한창인 정원으로 뛰어나가 기정의 가슴을 찌른 후 충숙까지 죽이려 하였으나 기택의 저지로 실패한다. 순식간에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기택은 위기의 순간에서도 자신을 멸시하는 박사장을 죽인 후 사라진다. 


그리고 어느 날 기택은 죽을뻔하다 살아난 기우에게 모르스 신호로 자신이 박사장 집 지하에 살아있음을 전한다. 기우는 아버지 기택을 무사히 지상으로 올라오게 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 박사장 집을 사야만 하기에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 박사장 집을 산 기우는 아버지 기택이 무사히 지상으로 올라오는 꿈을 꾸게 된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먹먹했다.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기생충'을 통해 많은 과제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었다. 아직도 난 숙제를 풀고 있는 중이다. 과연 내가 추구하는 것이 부(富)에 대한 갈망인지 아니면 다른 이를 존중하며 진심으로 서로의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인지. 


우리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욕망을 제아무리 고상함과 아름다움으로 감춘다 해도 어두운 밤 거실에서의 박사장과 은교를 보더라도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나 시간 속에서는 그 이중적 태도가 여과 없이 드러나지 않는가. 우리는 절대로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폭우로 하수도가 넘쳐 변기로 흘러나오는 검은 흙탕물을 보며 가진 게 없어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벗어날 길은 안 보이고 오히려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택 가족의 눈물처럼 보였다. 기택 가족 역시 몰랐을 것이다. 기우가 고액과외 제안을 받아 고정 수입원에 대한 희망을 꿈꿀 때까지는.  

  




영화 '기생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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