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음! 하얗고 긴 수염에 빨간 모자와 빨간 장갑, 그리고 빨간 옷을 입은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가 끄는 수레를 타고 세상 곳곳을 다니며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는 날이야.>라고 그녀에게 설명을 했다. 어린 그녀에게 베들레헴(Bethlehem) 예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들 알아들을지 의문이었다. 그녀는 선물이란 나의 말에 눈이 커지며 내복만 입은 채 방을 나가려 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마에 손을 댔다. 감기가 다 나았는지 열은 없었다. 털옷을 입힌 후 1층으로 내려갔다. 노랫소리가 들리는 강당을 향해 걸어갔다. 강당에는 직원들이 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크리스마스이브에 부를 캐럴송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들이 서있는 한 귀퉁이에는 언제 준비했는지 작은 소나무에 크리스마스 츄리가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길게 묶어놓은 줄에 양말들이 달려 있었다.
그곳에는 허름한 행색의 한 할아버지가 자루 하나를 들고 서있었다. 모두가 잠든 사이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놓고 가신다던 산타할아버지가 아니라 하얀 눈을 흠뻑 맞아 눈사람이 된 길 잃은 걸인이었다.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져 있었다. 산타할아버지가 아니라 실망했는지 고개를 떨구었다.
난 그녀가 어떤 아이인지 잊고 있었다. 그녀가 일어나더니 할아버지를 향해 걸어갔다. 겉옷에 두껍게 쌓여있는 눈을 털더니 할아버지를 우리 자리로 모시고 왔다. 그리고 자기 접시를 할아버지 앞에 놓더니 떡 하나를 할아버지 손에 쥐어드렸다. 할아버지가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씩 웃었다.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따뜻한 미소였다. 그녀는 잠깐 동안이지만 친손녀가 되어 할아버지를 챙기고 있었다. 직원들이 시간을 내서 연습한 캐럴송을 부르는 사이 할아버지가 사라졌다. 웃고 떠드는 사이 자리를 뜬 것이었다. 그녀의 표정이 우울해 보였다. 다과회가 무르익고 마지막 선물교환 시간만 남았다.
나는 잠깐 동안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산타할아버지는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댔다 떼더니 좌우로 흔들었다. 순간 산타할아버지가 조금 전 그녀 옆에서 사라진 할아버지였음을 깨달았다. 그녀가 선물상자를 풀자 오르골 상자가 나왔다.
산타할아버지가 오르골 상자 태엽을 감자 캐럴송이 흘러나왔다. 신기한 듯 오르골 상자를 만지작 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다 다른 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그녀 옆을 떠났다. 다과회가 끝나고 다들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어머니와 나는 그녀를 데리고 그녀의 방으로 갔다. 그녀는 산타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오르골 상자를 잠이 들 때까지 들었다.
할아버지가 떠나시며 나에게 부탁한 말이 생각났다.
<나이는 어리지만 마음이 따뜻한 아이네요. 저런 아이는 상처를 쉽게 받으니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세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