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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l 08. 2019

[하루 20분 6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미소 짓는 자는 강하다.

산속에서 마주치는 바람은 100% 자연산이다. 내 얼굴에 닿는 바람이 주는 부드러운 이 시원함으로 인한 감동 또한 그 이상이기에 우리 부부는 귀차니즘을 떨쳐버리고 산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낮에는 30도 이상으로 무더운 날이 계속되더니 지난 금요일부터는 태풍이 오렸는지 밤에는 강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토요일 아침 일찍 하려던 산행은 일요일 아침으로 미뤘다. 자리 이동으로 어수선한 데다 병환 중인 시아버님도 맘에 걸려 언니 생일인 줄 알면서도 챙겨주질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맘에 걸려 점심 식사라도 함께 해야겠다 싶어 충남 금산에 살고 있는 언니 집으로 가야만 했다.  


밤새 창문을 열어놓은 채 잠들어서인지 새벽녘 찬 공기가 느껴졌다. 그 덕분에 일요일은 새벽 일찍 눈이 떠졌지만 장거리 운전을 한 탓인지 남편은 일찍 일어나질 못했다. 왔다 갔다 꼼지락거리는 나 때문에 깼는지 남편도 산행 준비를 서둘렀다.  


산림욕장 주차장에는 지난번보다 많은 차들이 주차해 있었다. 주차장 옆 냇가를 따라 걸어 올라가자 산림욕장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 옆 약수터에는 산에서 내려온 건지 아니면 올라가기 위해 일행을 기다리는 건지 알 수 없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자기네들끼리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 옆을 지나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올라갔다. 우리끼리 정해놓은 정상에 다다르자 바람소리는 더욱더 강해졌다. 나는 바람에 땀을 말리고 남편은 바람소리를 녹음하겠다고 휴대폰을 든 손을 하늘을 향해 번쩍 올렸다. 바람이 벤치에 앉아 있는 나에게 속삭였다. 


'나는 수많은 도시를 지나 그리고 이름 모를 바다를 건너 이곳까지 왔단다. 이곳은 정말 아름답구나. 새소리도 저 아래 예쁘게 피어 있는 꼿들도 내가 간지럼을 피면 까르륵 웃어주는 게 얼마나 예쁜지 몰라. 이곳이 어딘지 넌 아니? 나에게도 알려줄 수 있겠니?'라고. 나의 답을 기다리는 듯 바람은 멈추고 조용해졌다. 내가 말해주지 않아 어디론가 떠나버렸나.


벤치에서 일어나 산을 내려오기 위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올라갈 때는 알지 못했던 걸 산을 내려오면서 깨닫게 되었다. 산 입구에서 마주친 어떤 청년 때문이었다. 어딘가 약간은 어눌해 보이고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청년이 혼자 산을 올라오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왔겠지만 그 일행은 보이지 않고 그만 혼자 산을 오르고 있었다. 청년 옆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누구 하나 그 청년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나는 그의 눈과 딱 마주쳤다. 어색해하는 나를 위로하듯 그가 먼저 활짝 웃었다. 그의 웃음은 경직되어 있던 나를 활짝 웃게 만들었다. 그가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내 옆을 지나갔다. 나는  작은 소리로 그를 향해 그리고 나를 향해 '파이팅'을 외쳤다. 그가 다시 나를 향해 조금 전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 청년이 생각났다. 어디까지 올라갔을까 궁금했다. 그 누구보다 맑은 미소를 가진 그 청년은 분명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웃음'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아프거나 화가 났을 때 누군가 나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여준다면 병도 낫고 기분이 환하게 풀어주는 힘을 가졌기 때문에.  


[하루 20분] 생각 없이 웃는 건 정말 힘들지만 이 도전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오래전 김수환 추기경님이 남긴 말씀이 떠오른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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