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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Jul 07. 2019

[글 보관 1일] 시작_김영하의 밀회

<하루 20분 나는 한다> 시작.

<하루 20분 나는 한다>라는 이름의 공동 매거진에 합류했다.



'보름' 작가님의 글을 통해 이 매력적인 - 동시에 만만치 않을 듯한 - 글쓰기의 장을 알게 됐다.

이미 여러 작가님들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해 진행 중이다.

앞으로 찬찬히 글을 통해 인사를 주고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루 20분씩 어떤 일을 한 것을 기록하는 콘셉트이다.

매일매일!

무엇이든 20분씩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 않을까? 다만, 이를 기록을 해두어야 한다.

하루의 과업이 늘어났다.


유쾌한 숙제가 되리라.

아직은 그렇게 믿어본다.


나는 '글 보관'을 테마로 잡아보려고 한다.


책이든, 신문 기사든, 시든, 노래 가사든, 영화 속 대사이든, 일상 속 누군가의 말이든.

스쳐 지나가기 십상인 글을 이곳에 보관해두는 것이다.


예전엔 좋은 문장을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어 두기도 했고, 포스트잇을 군데군데 붙여놓기도 했다.

노트에 열심히 적어놓기도 했던 것 같다.

한데 지금 이 기록의 증거를 바로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 작은 공간에 기억하고 싶은 글을 저장해두고자 한다.

언제라도 꺼내 볼 수 있게.



물론 꼭 대단치 않은 글일 수도 있을 게다.


영감을 주는 구절일 수도 있고,  

혹은 그저 다시 보고 싶은 정보성 글일 수도 있다. 문학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길 수도, 짧을 수도.


매일 한다는 부담, 아직 시작 전이라 그런지 괜히 설렌다.


보관한 글을 신나게 찾아 나서자.



글 보관 1.



...그녀는 내 무릎을 베고 잠을 잡니다. 나는 미리 준비해온 폴리에스테르 담요로 그녀를 덮어줍니다. 너무 평화롭고 좋아서, 어쩐지 그 시간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몰래 빌려온 것만 같은,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들킬 것을 염려하는 어린 도둑들처럼 조심스레 그 시간을 아껴 쓰곤 했습니다.

    

- 보관 출처 :  김영하, <밀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문학동네, 2010.


  

"그 시간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몰래 빌려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행복한 적이 있는가?

'어린 도둑'의 기분을 한 번쯤 느껴보시길 바라며.



반갑습니다.


앞으로 이런저런 글을 '보관'해보려고 합니다.


하루 20분,

무언가를 하고 기록하는 일을 같이 한다는 것이 무척 기쁩니다.


꼭 의미 있는 문장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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