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긴 하루.

우리 이 새 기를까.

by 금다요

그녀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내 귓가에서 맴돌았다.

방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마당 한쪽에서 두 모녀가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와 나무 중간을 빨랫줄로 동여맸다. 그리고 그 위에 작은 구멍이 나있는 낡은 광주리 하나를 가져와 비스듬히 세우려 하고 있었다.


무얼 하려는 건지 궁금해 대충 옷을 걸치고 마당으로 나갔다. <낡은 광주리로 뭐 하시려고요?>라고 묻자 그녀의 어머니는 웃으며 나에게로 걸어왔다. 한 손으로는 그녀를 가리키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어제부터 고기가 먹고 싶다고 얘기해서 참새라도 잡아서 구이나 해줘 볼까 하고.>라고 말했다. 놀란 표정으로 한 발자국 뒷걸음치고는 그녀의 어머니를 다시 쳐다봤다. <저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이런 방법으로 새를 잡았던 게 생각나서요.>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색한 표정을 짓고 서있는 나를 보며 그녀의 어머니는 큰소리로 웃었다.

<안 잡힐까 봐 걱정돼서요? 박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고 두꺼운 옷이나 챙겨 입고 나오세요.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갔어요.>

그녀의 어머니 말대로 바람이 찼다. 작은 슬리퍼를 끌며 방을 향해 걸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내 곁으로 오더니 내 손을 잡았다.

<참새고기 먹어봤어?>

<참새고기라고?>

<음. 쌍둥이 오빠들이랑 호숫가에 갔는데 아저씨들이 참새 구이가 맛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거든.>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막걸리를 팔던 대폿집 유리창에 빨간 글씨로 '참새구이'라고 쓰여있었던 게.

그 참새구이가 두모녀가 잡으려는 저 참새였던 거지. 동그랗게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 참았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너 저기 마당에 앉아 있는 참새 잡아주면 먹을 거니?>

<아저씨들이 맛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보고 싶어.>

<좋아. 내가 잡아줄게.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 여기서 꼼짝하지 말고 서있어.>

<음. 빨리 나와야 해.>

그녀를 남겨놓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광주리 밑에 곡식들을 뿌려놓은 후 부엌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앉아 마당 쪽을 살피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참새 여러 마리가 광주리 밑에서 보리 몇 톨을 콕콕 찍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광주리를 세워놓았던 나뭇가지를 잡아당기자 참새들이 놀라 일제히 마당 옆 나무 위로 날아가 앉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다시 광주리 밑에 쌀 몇 톨을 뿌린 후 그녀가 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녀 옆에서 마당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전에 날아갔던 새들이 다시 내려와 광주리 밑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의 어머니 손에 들려있던 줄을 잡아당겼다. 광주리가 엎어지고 참새들은 그 안에 갇히고 말았다. 그중 한 마리가 구멍 난 곳으로 날아가버렸다.


나는 급히 마당으로 뛰어나가 잡힌 참새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구멍을 막았다. 그리고 막았던 구멍 속으로 손을 넣어 참새를 잡았다. 내 손에 잡힌 한 마리는 아주 작은 느낌이 들었다. 손을 빼자 아기 참새였다. 그녀는 내 곁으로 한발 한발 다가와 앉아 아기 참새의 털에 작은 손을 대었다. 참새는 계속 짹짹거리며 엄마를 찾는 느낌이었다.

<너무 귀엽다. 그렇지?>

<참새고기 먹고 싶다고 했지? 우리 얘네 털 다 뽑아서 기름에 퐁당할까?>

나는 그녀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내손에서 빠져나가려 몸부림치는 아기참새를 말없이 한참 동안 쳐다봤다. 참새도 자신의 생명줄을 그녀가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녀를 쳐다보며 머리를 아래로 내렸다 위로 올렸다 하며 짹짹거렸다. 마치 살려달라 애원하는 거처럼 보였다.

<우리 이 참새 키워볼까. 아직 아기잖아.>

<너 참새구이 먹어보고 싶다며.>

그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녀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해하는 표정이 너무나 귀여워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음. 먹어보고 싶긴 해. 그런데 이 참새가 자꾸 고개를 까딱거리며 살려달라고 말하는 거 같아서 불쌍해.>

<그럼. 우리 살려줄까?>

<음. 살려줘.>

그녀가 원하는 대로 광주리에 잡혀있던 참새들도 그리고 내손에 잡혀 있는 애처로운 작은 아기 참새도 날아가도록 풀어줬다. 참새들이 날아가는 것을 본 그녀는 손을 흔들고 서있었다.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나무 위로 날아가 앉는 참새들을 바라보며 '저 참새들도 오늘이 긴 하루였겠다'라는 생각이 드니 그녀가 더 대견해 보였다. 내 옆에 서서 참새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사랑스러워 그녀의 머리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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