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웬 나이 타령을 하는 걸까!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게는 늘 아이처럼 생각되는 친한 동생의 나이가 오십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참 나도 너무하지' 흰머리카락 수 세며 내 나이 먹는 거만 생각했지 내 곁에서 함께 나이를 먹고 있다는 생각을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강산이 몇 번 바뀔 정도로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因緣)을 맺으며 생활하지 않았는가. 어떤 이는 스치듯 떠나가고 또 어떤 이와는 지금까지도 긴 시간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다.
돌이켜보니 나의 오늘이 있기까지 내 곁에는 고마운 인연들이 참 많았다.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내일'이라는 '희망'을 안겨주며 나의 손을 기꺼이 잡아주던 이들이 나에게 선물한 '오늘'이기에 최선을 다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런 이들 속에서도 어느 날인가 나를 감동시키고 나의 지나온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한 아이.
아니 조금 있음 며느리를 봐야 할 나이의 엄마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동생이지만 내게는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그냥 예쁜 아이'다.
나는 그 아이 옆에만 있으면 늘 웃고 있었다. '고생'이라는 말을 모를 것만 같이 밝고 사랑이 많은 아이.
그 아이에게도 왜 어려운 일이 없었겠느냐만은 성격인지 아니면 '역경'을 이겨낸 자의 여유인지 그 아이의 주변에는 늘 밝은 기운이 돌고 있어 말없이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내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여든 살 어른이 세 살 아가에게도 배울 게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그 아이를 만나면서 또 수많은 인연들 속에서 매일매일 감사함을 깨닫고 있다.
요즘 들어 그 아이를 많이 생각한다.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활짝 웃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그 아이가.
내가 서있고 싶은 자리의 제일 앞줄에서 지금처럼 맑게 웃으며 손뼉 쳐줄 선물 같은 나의 사람들이 있어 평정심을 잃지 않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