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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n 21. 2018

애증의 다이슨!

0620  (D-96)


다이슨 무선 청소기를 산지 1년하고 1개월이 지났다. 그 당시 엄마는 다이슨의 D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여기저기 주워들은 말이 많았다. 다이슨 청소기는 무선인데 엄청 흡입력이 좋다더라, 디자인도 이쁘다. 회오리 도는 모습을 좀 봐. 무조건 신혼집 혼수는 다이슨이라매. 이런 말들. 누가 직접 해준 건 아니었는데 그냥 너무 여기저기에서 접하던 터라 나도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가 오래된 청소기가 불편하다고 하나 구입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난 비싸지만 써보고 싶던 다이슨을 강력 추천했다. 미세먼지까지 빨아들이고 무선이란 점을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직구로 저렴하게 구입했지만, 내가 구입할 때는 다이슨이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었고, TV 광고도 하고 그러더라. 직구가 많이 쌌지만 AS 문제가 번거로울 것 같아서 V8 헤파가 나왔을 때 엄청 비싸게 공식 판매점에서 구입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엄마가 청소기가 이상하다고 그런다. 예전엔 이방 저방 다 돌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방 하나만 청소하면 청소기가 꺼져서 화가 난다고.. 왜 그럴까 하고 검색해보니 다이슨은 무선 청소기니까 배터리를 오래 쓰거나 MAX 모드 많이 쓰는 사람들은 배터리가 금방 닳아서 배터리 교체를 해줘야 했다. 이미 애플 사설 수리점처럼 다이슨을 고치는 사설 매장이 많이 나와서 놀랐다! 직구했던 사람들도 이 상황을 알고 구입했을까! 나는 몰랐는데!

일단 나는 공식 판매점에서 구입했으니 AS 문의를 해보자. 하고 전화했는데 배터리는 소모품이라 AS가 아니라 새 배터리를 구입해서 직접 갈아줘야 한다고 했다. 센터 방문해서 교체하면 24000원이 든다는 걸 강조하면서 나 혼자서도 쉽게 교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배터리 얼마에요?" 하니 52000원이라고 했다. 충격.

이건 공식이라서 비쌀 거야 인터넷에서 알아보자 하고 알아보니 가격이 그렇게 싸지도 않고 오래 기다려야 했다. 배터리도 외국 직구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거니까. 번거롭기도 하고  그냥 구입하자 하고 보니까 서울지역에 몇 군데 되지 않는 대우전자서비스에서 다이슨 AS 대행을 하고 있었다. 주문을 하고 내가 선택한 지점에 도착하면 연락을 줄 거고 길면 일주일에서 부품 없으면 한 달까지 걸린다고 말하는데 너무 넉넉잡고 길게 말해서 화딱지가 났다. 회사 입장에서는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한 장치겠지만. "한 달까지도 기다릴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 고장난 제품을 가진 고객은 화가 난다!

물론 바로 다음날 꼭두새벽에 대리점에서 배터리 있으니 구입하러 오라고 문자가 왔지만.. 택배 배송도 안된단다. 인터넷에 판매 사이트도 없단다. 무조건 정해진 서비스 센터에 신청을 하고 제품이 도착하면 그때 구입하러 직접 가야 하는 상황. 너무 번거롭다. 우리 동네에는 없어서 좀 멀리 나가야 했다. 생전 가보지 않은 장한평 이란 곳에 다녀왔다.



그래도 새거가 깨끗하긴 하구나


그러던 와중에 엄마가 충전기에서 청소기를 꺼내다가 먼지통 뚜껑 부분을 부러뜨렸다. 아래쪽으로 나있는 뚜껑이 떨어져 나갔으니 먼지를 빨아들여도 소용이 없다. 먼지를 저장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다시 다이슨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교환 가능한 부품인지 알아본다 하더니 교체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름은! 먼지통이었다. 투명 플라스틱에 뚜껑이 달린. 이 부분도 따로 교체가 가능했는데 가격은 27000원이었다. 이것도 함께 주문했고, 오늘 같이 찾아왔다. 
수리 가능 여부를 알기 위해 센터를 방문하거나 사람을 부르면 또 24000원이 든다는 걸 너무 강조한다. 나보고 판단하라고 하는데 딱 봐도 부러진 걸 어떻게 고치겠는가. 교체해야지.. 
물론 사용자가 고장을 냈으면 돈 주고 부품을 구입하는 게 맞긴 한데 구입 절차가 너무 번거롭다. 부품을 인터넷에 팔지도 않고 택배 배송도 안 해주다니. 부품 사면 장착은 해주는지 알았는데 24000원 나온다는 말만 하고, 혼자 교체하라 그러고. 그리고 청소기 구입 당시에는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구입해서 좀 당황했다. 

엄마는 요 며칠 금방 꺼져버리는 청소기를 쓰면서 화가 났는지 못 고치면 확 LG 꺼 산다! 비슷한 거 있더라!라고 말하고는 하이마트에 다녀왔다.
직원한테 물어봤나 보다. 그런데 하이마트 직원이 비슷하게 만들었긴 했지만 다이슨이 좀 더 먼지를 잘 빨아들인다고 했단다. 다이슨이 더 좋다고. 그리고 LG 청소기는 배터리가 10만 원이라고 했다나? 그래서 결국 다이슨 배터리와 먼지 통을 사 와서 낑낑대며 교체했지.

만약 하이마트 직원이 LG 청소기가 더 좋아요.라고 말했으면 엄마는 이 다이슨 청소기를 재활용하는 통에 던져버리고 LG 청소기를 구입했을지도 모르는데  새로운 배터리와 먼지 통을 장착한 다이슨 청소기는 그렇게  우리 집에서 생명을 연장했다. 엄마는 1년 내내 MAX 모드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되는데 그 직원이 맥스모드 말고 기본으로도 잘된다고 말했다고 하니 이제 엄마는 MAX 모드를 쓰지 않겠지. 그래서 배터리가 1년 만에 방전된 걸지도 모른다.

솔직히 90만 원 주고 산 제품을 1년 만에 버리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지금은 신제품 나와서 하이마트에서 우리 청소기가 60만 원까지 떨어졌다고 하더라. 90만원짜리 사서 1년 쓰고 유지비용 8만 원을 내고 속이 쓰리다. 엄마가 MAX 모드 안 쓰면 2년은 더 버티지 않을까. 무선 청소기 배터리의 진실과 다이슨의 불편한 AS는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이마트 직원이 다이슨이 더 좋다는데!

애증의 다이슨
결국 너는 프린트기 같은 존재였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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