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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n 23. 2018

엄마와 식판

0623 (D-99)

엄마와의 저녁집밥. 갑자기 식판 배식이 내 앞에 놓여있다. 요즘 자꾸 살이 찐다면서 다이소에서 스댕 식판을 두 개를 사 왔는데 학창시절 쓰던 식판의 미니버전이다. 나 이렇게 쇠소리 나는 식판 싫어하는데;
밥도 많고 반찬도 너무 많다고 하니 반찬을 많이 먹으라고 한다. 위 칸 반찬이 죄다 짠 것 밖에 없는데! 35살 먹어도 반창 투정하는 늙은 딸. 엄마가 차려준 미역국도 맛없다고 안먹는다고 했다. ㅜ

어렸을 때는 엄마가 해준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고 친구네 집에서 밥을 먹거나 급식을 먹는 경우도 입에 안 맞아서 잘 먹지 못했던 까탈스러운 아이였다. 항상 맛있는 엄마 밥만 먹고 우량아였던 어린시절. 물론 지금이야 바깥 음식을 워낙 많이 먹으니 아무거나 잘 먹는 입맛으로 변했지만.

엄마가 오랜만에 만든 계란 조림은 너무나 짜서 흰자 부분 조금만 먹어도 짜다. 나이가 들면 미각이 떨어져서 음식을 짜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데 엄마도 반찬을 짜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짜다고 투정 부리다가 엄마도 나이가 들었나. 그런 생각이 스치면 내가 심하게 말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위 칸에 반찬은 전부 짠걸! 오징어무침은 달달해서 많이 먹었고 가운데 낚지 젓갈은 맛있지만 짜고 계란 또한 짜디짜다. 상대적으로 아래 칸 팽이버섯 부침개는 다행히 간이 하나도 안 돼있어서 위 칸 아래칸 번갈아가며 열심히 먹었다.

투정은 투정대로 부려놓고 엄마가 배식해 놓은 반찬을 억지로 다 먹었다. 밥은 좀 남겼지만. 
"엄마 식판이 문제가 아닌 거 같어. 반찬이 짜고 단 게 문제야.. 그리고 밥을 너무 많이 담았어 "

엄마는 골고루 먹을 수 있고 설거지가 간편하니 좋다고 한다. 한동안 나는 식판에 배식을 받을 운명에 처해졌다. 딸은 오히려 과식을 하게 생긴 엄마표 급식. 투정 부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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