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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n 22. 2018

인공 꽃

0622  (D-98)


우리 집은 성북구청 근처다. 다이소 가려고 구청을 지나는데 흐드러지게 핀 나팔꽃을 봤다. 화려하고 한창 이쁘게 핀 꽃들이 구청 뒤쪽 성북천 다리 건너는 길을 장식하고 있다. 항상 구청 앞은 못 보던 야생화 같은 걸로 장식해놓은 게 많았는데 지금은 구청 앞에는 꽃이 없고 구청 뒤쪽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구청 주변은 구청의 수혜를 받아 항상 꽃들이 넘친다. 

꽃알못이라 나팔꽃은 알겠는데 중간중간 섞인 화려한 꽃들은 무슨 꽃인지 알 수가 없다. 딱 보면 이쁘긴 한데 인공적인 느낌이 격하게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자연스럽게 핀 느낌이 아니니까. 화려할 거야!! 화려해야 돼! 그런 느낌으로 키워놓은 것처럼 보인다. 
꽃이 시들면 어느새인가 다른 꽃으로 바뀌어있을 거다. 장식용 꽃의 운명이랄까.





구청 주변으로 식물들이 많다. 이렇게 한지 몇 년 된 것 같다. 그전에는 자연학습 느낌으로 다양한 작물들을 심었는데 비료를 잘 주는 건지 토마토나 고추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그러다가 가을 겨울이 되면 싹 베어버리고 사라진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다시 무언가 심어서 키운다. 
몇 년째 무한 반복이다. 올해는 한쪽에는 덩굴식물, 찻길 쪽으로는 수생식물을 심어 놨는데 덩굴식물이 얼마 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풍성해졌다. 풀을 보면 좋긴 한데 항상 이렇게 키우다가 가을이 되면 철거할 것을 아니까 차라리 화단을 만들어서 장기적으로 관리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눈엔 그저 일시적인 꽃꽂이처럼 보인달까. 내가 식물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하는 건가...



이런 게 정말 일시적 꽃꽂이다. 구청 마당에 있는 꽃들, 정말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이쁜 꽃들로 장식해 놨다. 항상 구청을 지날 때면 생각했다. 구청장이 꽃을 좋아해서 그럴까?라고. 그전 구청장이 2010년부터 2018년 최근까지 2번 연임을 했다. 이번 선거로 같은 당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는데 바뀐 구청장도 꽃과 함께 하는지 지켜봐야겠다. 

나는 정작 다이소에서 2000원짜리 가짜 꽃을 하나 사들고 가는 중이었다. 생화보다 못하지만 오래오래 피어있는 꽃, 사진 찍으면 어느 정도 보기 좋은 가짜 꽃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꽃이 너 나으냐는 마음속 질문에 난 머뭇거리게 됐다. 분명 생화가 더 아름답지만 시들어 버리면 교체될 운명이 나을지 오랫동안 영혼은 없지만 피어있는 소품이 좋을지.

꽃을 보면 기분이 좋고 아기 강아지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금방 시든다고 생각하면 안쓰럽다. 특히나 꽃다발은 받는 순간 1분은 좋지만 꽃다발이 되어 죽어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마냥 좋게 받아들 수가 없다. 또 너무 식물에 감정이입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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