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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n 25. 2018

두루마리 휴지

0625 (D-101)

내방 책상 옆 책장에는 휴지걸이가 붙어있다. 손닿을 곳에 휴지를 걸어놓아야 편하니까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붙여 넣고 사용하는데 오늘 보니 두루마리 휴지를 그새 다 썼다. 화장실에 쌓아놓은 휴지를 가져와서 교체해야 하는데 그 작은 행동이 귀찮아서 종이만 감겨있는 휴지걸이를 한번 바라보고 고개를 다시 돌렸다. 

언제 이렇게 다 썼대? 분명 몇십 미터나 하는 휴지 아닌가.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책상에서 별로 쓰는 것 같지도 않는데 다 써버린 휴지. 문득 어제부로 수업이 종료된 100일 글쓰기가 떠올랐다.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하루하루 묵묵히, 또는 억지로 쓰다 보니 어느새 끝이 나있던 100일 글쓰기와 지금 나도 모르게 다 써버린 휴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의자와는 상관없이 글쓰기 100일 연장되었지만. 

다 써버린 휴지 아쉬워할 것 없다. 새로 꽉 찬 휴지를 가져다 교체하면 그만이다. 또 그렇게 나는 내가 쓰는지도 모르게 매일매일 조금씩 글을 쓰면서 언젠가 다 쓴 휴지걸이를 또 하나 만들어 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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