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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n 26. 2018

내 방에 에어컨이 있다면

0626  (D-102)


오늘 하루는 푹푹 찌는 찜통을 맛보았다. 회사 다닐 때는 몰랐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여름에는 추워서 무언가로 등을 감싸고 겨울에는 더워서 실내에서는 얇게 입어야 하는 곳이었다. 창문 하나 없는 큰 건물에 중앙난방이었는데 전기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곳이었다.
나는 하루 종일 컴퓨터를 켜놓는다. 컴퓨터 앞이 내 일터이자 놀이터이고 생활이고 휴식이다. 하루 종일 달궈진 내방은 문 하나 차이를 둔 거실과 온도가 확연히 달랐다.

엄마는 니방은 왜 이렇게 덥냐며 기계 때문이라고 기계를 끄라고 한다. '나 이걸로 먹고살자너..'
날마다 커피숍에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고, 노트북으로 작업은 절대 못하니까 답답해서..
하루 종일 본체에서 으르렁 열을 뿜어내는 컴퓨터와 두 대의 커다란 모니터가 점점 달아오른다.
선풍기를 하루종일 몸쪽에 틀어놓아도 숨이 막히는 기분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렇게 더운데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 여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금방 만든 아이스커피의 얼음은 뜨거운 물에 넣은것 마냥 금세 녹아버리고, 하루 종일 내방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니 머리도 어질해지는 것 같다. 6월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7월 8월은 어떻게 보내지? 자신이 없었다. 
워낙 추위와 더위에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는 나인지라 이렇게  올여름을 보낼 수는 없다. 
정말 순간적으로 회사를 나온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주고 프린트기와 A4용지를 사야 했을 때가 그랬고, 에어컨이 없는 작업공간에서 일해야 한다는 지금이 그렇다.

친구가 그냥 벽걸이 에어컨을 하나 장만하라고 했다. 지금 주문해야지 안 그러면 설치가 더딜 거라면서. 그 생각을 왜 못했지! 하면서 검색을 해봤는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내방 창문에 실외기를 설치하는 건 무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2층이고 창문 쪽에 툭 튀어 나온 유리창이 하나 더 있고, 거실에 에어컨이 있어서 내방에 제대로 된 에어컨을 설치 했다가는 엄마에게 전기세 잔소리 폭탄을 맞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냉풍기도 알아봤지만 별로 맘에 들지 않고, 결국 꽤 비싼 돈을 주고 이동식 에어컨을 질러버렸다. 에어컨이란 단어를 검색한지 한 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수십 개의 브라우저 창을 키고 후기를 읽고 다나와 순위도 확인하면서 그렇게 빠르게 질러버렸다. 덩치는 엄청 큰데 호스를 창쪽으로 연결해서 더운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의 바퀴 달린 이동식 에어컨이다. 백수인지라 5개월 할부를 했다. 할부가 크게 의미는 없지만 심리적인 이유로 할부로 결제했다. 사치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의 효율성을 위해서 내 작업 공간에 투자를 하는 거라 생각하면서...

내 방에 에어컨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행복할 것 같다.





그렇게 구입한 이동식 에어컨 리뷰 참고 +_+

https://brunch.co.kr/@creatorj/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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