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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n 27. 2018

병원투어

0627 

모든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두 곳을 다녀왔다. 산부인과와 치과! 

건강보험공단에서 무료로 해주는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고 왔는데 20살부터 2년에 한 번씩 해주는 건데 올해는 짝수년도 출생 여성들이 대상이라고 한다. 분명 올 초에 건강보험공단에서 공문 같은 걸 받았는데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다녀왔다. 
정말 가기 싫은 곳이니까. 굴욕 의자는 앉아본 사람만 왜 싫은지 알 거다.

집 근처에 있는 산부인과에 들어갔다. 얼굴이 뽀얗고 눈이 큰 직원이 웃으며 나를 반긴다. 이것저것 서류를 작성하고 기다리는데 직원이 너무 친절한 거다.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돼 보이는데 얼굴이 뽀얗고 빵빵하고 화장이 은광이 돼있어서 화사하니 피부과에서 일하는 직원마냥 피부가 좋아 보였다. 눈가의 주름이나 느낌은 분명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피부 왜 이렇게 좋은 거지.
서비스 일을 하니까 신경 쓰는 거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혼자 해봤는데 여하튼 피부뿐 아니라 말투도 너무 나긋나긋하고 여성스러워서  대기하면서 그 직원을 관찰했다.  
하늘색 반팔 병원 직원 옷을 입고 머리는 앞머리를 길게 해서 살짝 옆으로 내리고 긴 머리는 커다란 리본이 달린 망에 넣은 단정한 스타일이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지? 어떻게 저렇게 친절할 수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다.  노련한 친절서비스 내공을 지닌 직원인 게 분명해. 정말 자애롭고 너그러운 느낌이었어. 

후다닥 검사를 마치고 의사 선생님께 이것저것 물어보고 나왔다. 생리전증후군이 심한데 방법이 없냐는 내 물음에 피임약을 먹거나 루프를 넣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해줘서 다소 실망했다. 그냥 딱 그 시기에만 요동치는 감정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알고 싶은 거였지. 약을 지속적으로 먹거나 몸 안에 무언가 넣는 건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리혈을 줄이는 게 방법이라는데, 혹은 신경정신과에서 처방하는 항우울제? 그런 방법도 있다고 했다. 여하튼 서로 진료과목이 다르니 산부인과 선생님은 산부인과적인 소견을 낼 수밖에 없겠지.

6월 초에 치과검진 문자가 왔는데 이것 또한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집 근처 치과를 무작정 방문했다. 예전 회사 근처에 다니던 치과에서 주기적으로 문자를 주는데 이제 그 동네는 가지 않으니 집 근처 치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스케일링을 하고 처음 보는 의사선생님이 내 이빨을 유심히 보더니 사진을 찍는다. 이빨 때운 지 얼마나 됐냐고 묻는데 기억도 나지 않는다 6-7년 전에 정말 돈 70-80 써서 위아래 어금니를 전부 때운 기억이 있는데 그때 너무 고생해서 그 이후로 치과를 주기적으로 열심히 다니고 있다. 스케일링도 문자 오면 꼭 가서 일 년에 2번을 하고 있었다. 

사진 속 어금니 하나는 오래전에 때운 부분이 시간이 지나니까 깨진 건지 어쩐 건지 어금니 한쪽이 까뭇하게 보인다.
다른 건 일단 그냥 둬도 되겠지만 이 깨진 어금니는 새로 교체해주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내 이빨인데 왜 이렇게 낯설지? 엄청 흉측하게 생기기도 했다. 때우는 과정을 물어보니 기존에 붙였던걸 제거하고 다시 씌워야 한다고 하더라. 칭칭 거리는 걸로 하냐 물으니 맞는다고 한다. 그거 싫다고 했더니 마취하고 하면 안 아플 거라며 지금 당장 할까요? 하는데  이미 난 굴욕 의자에도 앉았고 진 빠지는 스케일링도 마친 상태라고! 조금 생각해보겠다. 하고 나왔다
게다가 이빨 하나 교체하는데 10만 원이라고 그래서 살짝 멈칫 하기도 했다. 이빨 고치는 건 여전히 비싸구나. 

당장은 모르겠고 조만간 어금니 치료도 한번 받아야 할 것 같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이런 건 없는 것 같다. 내 입 안도 내가 알 수 없고, 내 몸 속도 내 소관이 아닌 느낌이다.  오늘은 가장 가기 싫은 병원 두 곳에 가서 다리도 벌리고 입도 벌리고 한날이다. 라임을 좀 맞춰볼까 했는데 좀 표현이 그런가... 하지만 사실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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