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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l 03. 2018

미완의 수박썰기

0703

어제 거대한 수박이 집에 도착했다. 엄마 친구 아줌마가 시댁에 다녀오면서 식재료들을 엄청 가져오셨는데 요리에 취미 없으신 아줌마는 손이 많이 가는 재료들은 엄마에게 전부 토스했다. 코다리, 마늘, 더덕, 거대한 수박도 함께 왔는데 엄마는 물고기 손질하고 더덕 손질하느라 거대 수박은 다음날로 미룬 상태다.
 "수박썰기는 내가 해보겠다" 
는 마음으로 수박깍둑썰기에 도전해봤다. 수박은 잘 익어서 껍질 부분만 자르면 슥슥 잘 썰리고 쩍 갈라진다.
수박의 1/4를 썰고 나서 조금 후회했다. 썰어도 썰어도 끝이 없네..

그렇게 수박의 절반을 다 썰어내고 큰 통에 담았는데 냉장고에 넣을 자리도 없고, 절반 남은 수박은 포기하고 대충 랩 씌워서 냉장고에 넣었다.
인터넷에서 수박썰기 방법 같은 거 찾아보고 해보려 했으나 정작 귀찮아서 그냥 막무가내로 썰어버렸다. 껍질은 말리는 게 좋겠지 하고 베란다에 내놓긴 했는데 엄마가 보면 한소리 할지 모르겠다. 수박 살점이 많이 남은 상태로 깎아냈다. 이렇게 썰면 할머니들께 등짝 스매싱감 일 것 같은데 나는 키위도 그렇고 참외도 그렇고 이렇게 밖에 못 깎겠다.

진짜 칼질은 너무 어려운 것.

어제 엄마가 코다리를 가위로 손질하는 걸 보고 
"나는 물고기는 징그러워서 못 만지겠다. 엄마는 그거 손질하는 거 누구한테 배웠어?"
라고 물어봤다. 엄마 시절에는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께 신부수업으로 배웠을 리도 만무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냥 하는 거지. 30년 넘게 살림하다 보면 터득하는거다"
라고 했다.
'그런 게 자연스럽게 터득이 되는 일인 건가. 분명 알게 모르게 tv로 배웠겠지.'
생각을 하면서 엄마가 코다리 손질하는 걸 지켜봤다. 

나는 원채 과일을 먹지 않기 때문에 수박도 썰면서 한 톨도 먹지 않았다. 그냥 엄마 도와줄 생각으로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내가 너무 못해서 민망하다. 많이 하다 보면 잘해지겠지. 내가 아직 본격적으로 살림을 안 해봐서 그렇지 하면 또 잘할걸? 내 맘대로 생각하면서 냉장고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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