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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l 03. 2018

황망한 외출

0702

황망한 외출1


주말을 쉬고 출근하는 월요일 비가 이렇게 억수로 내리는 날. 얼마나 출근하기 싫을까. 나 같은 백수는 그저. 창밖을 보며 
'비가 많이 오네..' 이러고 있다. '비 오는 날은 절대! 밖에 나가지 않겠어 젖는 건 싫으니까.'라고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도서관에 예약해놨던 책이 내가 지정한 [성북구청 무인대출기]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내일까지 찾아가야 하는 것도 있고 책을 빨리 보고 싶어서 비가 잦아든 저녁에 나가서 책을 찾아오려 나갔는데 대출 처리만 되고 책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무인대출 기기에 도서관 카드의 바코드를 읽히면 내가 대출한 책 정보가 뜨고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면 책이 들어있는 칸이 탁 하고 열리고 책을 꺼내면 되는데 분명 탁. 소리는 나는데 어떤 칸이 열려있는지 알 수가 없다. 원래 같으면 문에 달린 초록 불이 깜빡깜빡하면서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해주는데 어떤 칸도 깜빡이지 않는 거다.
'아 책이 어디 있는 거지' 하고 이 칸 더 칸을 둘러보는데 계속 문 열리는 탁 소리만 나고 책을 꺼내라는 화면만 뜬다. 이날따라 대출 책이 많이 없는지 대부분 박스는 비어있고 문이 열려있는 게 많아서 꼭 강아지들 노즈 워크 하는 거 마냥 책을 찾아 헤맸다.

모니터를 중심으로 좌우에 있는 책 보관함의 오른쪽에서 분명히 소리가 났기 때문에 오른쪽 창의 여기저기 문을 들쳐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출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말이 뜨며 화면이 끝났다.
"난 책도 아직 못 꺼냈는데!" 
책 들어있는 칸이 몇 개 안 돼서 양쪽 모두 샅샅이 봤으나 내가 예약한 책은 보이지 않았다. 저녁에 방문한 터라 모니터에 적힌 성북 도서관에 전화를 해봤지만 이미 퇴근 후이고, 구청 직원도 안 보이고 (구청 직원에게 물어봤자 도서관에 연락해보라는 소리를 할게 분명하다. 그전에도 그랬으니까) 

진짜 이상하다. 생각하고 하는 수 없이 집에 왔다. 내일 일찍 도서관에 전화해볼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문자를 확인해보니 
C12 예약 책이 도착하였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설마 C12가 책이 들어있는 번호인가? 그 번호에 확실히 안 들어 있는 건 확인 못했는데, 어플상에는 난 이미 책을 대출한 걸로 나와있고, 내가 확인했을 때 분명 책은 안 보였는데 갑자기 걱정과 근심이 휘몰아친다. C12는 맨 아래칸 같다. 맨 아래 칸까지는 내가 확인하지 않고 그냥 온 걸까. 정말 불빛이 안 나서 못 찾은 건데! 
맨 아래 칸이라  깜빡이는거 미처 못 본 거 아니야? 책 못 찾았는데 대출 처리는 왜 돼!
12시 넘었는데 책 찾으러 가야 하나 문은 열려있을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황망한 외출2

헐레벌떡 옷을 입고 성북구청으로 갔다. 내 기억 속의 성북구청은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문을 열어두어 화장실을 이용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열었겠지! 하고 찾아갔는데 셔터가 내려가 있다. 분명 한쪽 중앙관제실인가 거기 불은 켜져 있는 것 같은데 셔터 흔들면서 책 찾으러 왔다고 울부짖을 수도 없는 노릇. 그렇게 다시 터덜터덜 집으로 왔다. 비는 그쳐서 어딘가 매달려 있던 빗방울 들만 뚝뚝 떨어지고 도로에는 차가 없고 엄청 한적한 느낌이다. 주변이 밝아서 딱히 무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일 도서관에 전화해보기 전에 또 구청에 가서 C12에 책이 들어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황망한 외출 3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책을 꼭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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