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좐느 Jul 06. 2018

경동시장

0706

요즘 엄마가 계속 무릎이 아프다고 그래서 한의원도 여러 곳 가보고 찜질도 하고 침도 맞았는데 나아지지 않고 계속 통증만 심해졌다.
 아는 사람 소개로 집에서 차로 30분쯤 걸리는 큰 정형외과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인대가 손상돼서 그럴지 모른다고 엑스레이로는 보이지 않으니 MRI를 찍자고 했단다. 어제 병원 가서 MRI를 찍은 엄마는 왼쪽 다리는 인대가 끊어졌고 오른쪽 다리는 따로 뭔가 시술을 해야 한다 그랬다며 다음 주 화요일 수술 일정을 잡고 왔다. 딱 내가 일본 여행 가는 시기에 말이다.
수술하고 2박 3일 입원해야 하고 한 달을 목발 짚고 다녀야 한다는데 딱 내 여행 일정으로 날을 잡아서 이를 어쩐다. 엄마는 그냥 친구 부르면 된다고 다녀오라고 했다. 가긴 가야겠는데 괜스레 미안해지는 딸이다.

수술 하루 전 입원해서 피도 뽑고 검사도 하자는 의사의 말에 엄마는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한다고 안된다 하고, 일을 쉬는 오늘 방문하기로 했다. 내가 차를 끌고 동행했다.
소변검사, 피검사, 심전도, 엑스레이 등을 진행하니 한 시간 정도 걸렸고 그렇게 집으로 가나 했더니 굳이 경동시장을 가서 떨어진 식재료를 사야 한다고 해서 경동시장으로 내비를 찍었다. 왜 자꾸 걸으려고 하나 생각했지만 가만히 있으면 더 아프고 오히려 걸어 다녀야 안 아프다는 엄마의 왈. 그래도 안 걷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우리 집 거북이 만두랑 사천이도 경동시장에서 왔고 여름에 끓여마시는 황기와 대추도 경동시장에서 왔다. 엄마는 자주 경동시장에서 식재료들을 잔뜩 사 오는 편이다. 오늘은 나랑 같이 차를 가지고 갔으니 엄마는 신이 났다. 무거운 액체 위주로 잔뜩 구입하고 돌아왔다.
엄마는 뭐만 사려 하면 경동시장 가서 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거기가 싸고 동네는 비싸다고 그랬다. 
'그래봤자 몇백 원 아니야? 귀찮다' 알뜰하지 못한 딸은 이런 생각만 한다. 
말로만 듣던 경동시장에 직접 와보니 사람이 많아 정신없고 주차를 하려 해도 엄청난 사람들을 스치면서 들어가야 한다. 주차 자리 찾는 것 또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고. 
엄마가 두 박스 꽉꽉 채워 구입한 참치, 섬유 유연제, 식초, 간장, 미림 등은 내가 샀다면 쓱 어플로 쓱 결제해서 집으로 배송시켰을 물건들이다.
뭐 이렇게 번거롭게 여기까지 와서 사나 싶었지만 저녁에 엄마가 경동시장에서 사온 삼겹살에 색이 연하고 야들야들한 상추를 신나게 싸서 먹으니 경동시장이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단순하기는..



핑쿠핑쿠한 룩의 봉순씨와 식료품을 잔뜩 샀던 충남상회. 요식업 하는 사람들 대량으로 식재료 구입하는 곳 같은데 엄마같이 소매도 판매한다고 한다. 그래서 영수증이 깨알같이 수기로 적혀있는데 이 종이 또한 신선한 느낌이랄까.

여행 가느라 엄마 병원같이 못 가서 미안하지만 돌아와서 한 달 동안 목발 짚는 엄마의 발이 되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