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좐느 Jul 06. 2018

추억

0705

초중고 동창인 친구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한 명은 육아휴직 상태이긴 하지만 마지막 한 명의 퇴사로 4명이 전부 평일에 시간이 돼서 만났던 놀라운 날이다. 결혼, 임신(임신 준비) = 퇴사의 공식은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는 공식은 아니지만 꽤 많은 여성들에게 적용된다. 내 주변 친구들을 보면 꽤 많다. 퇴사를 축하하지만 어떻게 보면 슬픈 게 또 현실이다.
 
일 년에 4번 각자의 생일 즈음 모이는 게 전부였는데 주말에 4명이 전부되는 일정을 잡기 쉽지 않았다. 한 친구의 생일 축하 겸 평일 점심 식사를 했는데 너무 좋다. 막상 백수가 되고 보면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평일 낮에 외출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일 낮을 주말의 낮처럼 보내는 게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식당에서 갈비찜과 냉면, 만두를 신나게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빵과 커피, 케익을 사서 생일 축하를 했다. 엄마인 친구들은 엄마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헤어졌고, 친구 한 명과 다른 커피숍에서 19금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수다를 떨던 친구랑도 헤어졌고,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고 한껏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와서 일을 좀 해볼까 했는데

또 다른 친구, 고등학교 때 미술학원 같이 다녔던 친구가 노래방에 가고 싶다며 퇴근 후 우리 동네로 온다기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며칠 있으면 생일인 친구에게 줄 선물도 있고, 택배로 보내야 하나 어쩌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나서 주게 됐네.
 이게 얼마 만의 노래방인가. 막상 노래방에 가니 요즘 노래는 아는 게 없다. 우리는 8090을 추구했다. 나는 김완선 노래도 부르고 X-JAPAN 노래도 불렀다.
X-JAPAN의 Rusty nali을 고래고래 열창하면서 나는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꼈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면 현재를 살고 있음을 느끼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렸을 때 좋아하던 가수의 노래를 듣고 부를 때, 미술사와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볼 때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뇌 속 어딘가 깊은 곳에 묻혀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불쑥불쑥 떠오를 때 나한테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내가 그때 이런 걸 좋아했구나, 이런 일에 열중했었구나를 깨닫는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다른 사람 같다.
동생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아련한 기억 속의 나와 만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이 못 빠지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