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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l 14. 2018

귀국&퇴원

0713

날씨가 참말로 좋았던 3박 4일 후쿠오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딸의 엄마는 양쪽 무릎을  수술 및 레이저 치료를 하느라 병원에 입원했는데 딸은 여행이라니! 일정이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엄마는 내가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점심쯤 퇴원을 했다. 무릎관절 전문 병원인지라 연세 좀 있는 분들이 환자로 많았고, 엄마가 묵었던 5인실에는 엄마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많이 계셨다. 대부분 무릎 관절 수술하신 분들이었다. 병원은 전체적으로 너무 춥고, 지나갈 때마다 소독약 냄새 같은 게 났다. 잠깐 있을 때는 시원해서 쾌적하지만 오래 있을 곳은 못된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들

여자 간호사 대장? 같은 느낌의 직원분은 싹싹하고 자상한 느낌으로 할머니들을 아이 보듯 다독이며 케어해주는 느낌이었고 나는 속으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친절하겐 못할 거야. 역시 간호사도 사명감이 있어야 돼'


라고 생각했다. 엄마 휠체어 밀어주던 어린 여자 간호사는 휠체어 운전을 정말 못하는걸 보니 일한지 얼마 안 된 신입생 처럼 보였다. 또 방 안에서 엑스레이 찍어주는 젊은 남자 직원이 한 명 있었는데 하늘색 옷을 위아래로 입고, 남자 간호사인지, 물리치료사 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일이라서 하는 거지 재미없다. 하기 싫다. 이런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영혼 없이 일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할머니들이 말좀 하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로비에 접수하는 여자 직원 3명이 있었는데 역시나 한 명은 일해야 해서 일하는 느낌이 났다. 쌀쌀맞은 것과 친절한 것 사이의 말투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엄마 보험 관련 상담, 접수해줬던 1층 직원은 내가 봤을 때 하나도 모르겠는 보험 관련 약관 같은 걸 훑어 보면서 적용이 된다 안 된다. 이런 거 설명해주고, 엄마 대신 신청을 해줬는데 나는 보험 쪽이 무지해서 그런지 꽤나 전문적으로 보였고, 친절했다.하루 종일 사람(설명이 쉽지 않은 노인)들을 상대해야 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줘야 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병원 주차장 빌딩에 주차해주는 남자 직원도 몇 명 있었는데,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할 수는 있지만 야외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고 재미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병원에서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저 일을 한다면 어땟을까. 과연 나는 저 일을 할 수있을까? 대부분 나는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서비스업이 나한테 맞지 않는다는걸 아니까.  말투나 표정만 봐도 이 사람이 자기 일을 대하는 마음이 훤히 보이는데 회사 다닐때 나는 남이 보면 어땟을까 생각해봤다. 


환자 엄마

엄마는 병원이 너무 불편해서 하루라도 빨리 퇴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엄마랑 같은 방 할머니들은 수다스러운 분도 있고, 엄마는 더운데 에어컨을 끄라고 하고 tv 채널권도 자유롭지 않고, 밤에도 다른 할머니들 진료하느라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나 보다.
나 역시 1인실이 아닌 이상 모르는 사람들과 공동생활하는 상황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거동도 불편한데!  수술비 계산을 하려 해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엄마 보험 관련 문의하고 접수하는 것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병원은 언제나 성수기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목발을 짚고 살금살금 걸어야 하는 엄마, 우리 집은 2층이라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엄마는 목발로 짚고 못 올라가겠다고 해서 엉덩이를 계단에 대고 뒤돌아서 한 칸씩 팔힘으로 올라갔다. 내가 부축을 좀 하거나 엎어볼까 했지만 네가 뭔 힘이 있다며 엄마 혼자서 우리 집까지 완주. 화장실을 한 번 가려 해도 방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낑낑.  나도 그렇고 엄마도 고생스러운 하루였다.

 한국 와서 밥 한 끼 못 먹었는데  엄마랑 집에 와서 간짜장, 짬뽕, 탕수육 세트를 시켜서 신나게 먹었다. 나는 병원 가느라 일찍 일어나서 다시 잠들 생각이다. 며칠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니 해야 할 일들이 수두룩.
친구들은 "또 신나게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겠네!" 하는데 난 아직 이탈리아 여행기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그래도 이게 내가 요즘 하는 일중 가장 재미있는 일이니까 또 신나게 해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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