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좐느 Jul 17. 2018

오늘의 잘한 일

0717

외출했다 집에 가는 길 남의 집 주차장 바닥에 팔과 다리를 쭉 뻗고 앉아있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정말 유연하게 팔다리를 쭉 뻗고 앉은 모습이 더워서 땅의 찬 기운을 받으려나 보다. 귀엽다. 생각하고 다가갔는데 후다닥 도망갈 거라 생각한 거랑은 다르게 계속 나를 보며 모라고 모라고 한다. 나한테 뭔가 말하는 거 같은 느낌.
고양이가 랩을 하듯 "냐옹 냐 냐옹" 하면 나도 "냐옹" 해보고 또 "냐옹 냐옹" 하면 나도 따라서 " 냐용 냐용" 했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말을 주고받았다. 전신이 검은 고양이었는데 눈은 엄청 동그랗게 크고 눈동자가 노란색으로 선명했다. 정말 귀엽구나!

"내가 먹을게 아무것도 없어서 어쩌니"

주자창 안쪽을 둘러봤는데 우리 집만큼 더러운 집이었다. 누가 밥을 줘서 고양이가 사람을 안 무서워하나. 지금 나한테 밥은 어디 있냐고 물어본 걸까. 밥을 주는 곳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이 보이길래 물이라도 줘야겠다 싶어서 편의점에서 생수 한 통을 사서 가득 담았다.
 고양이는 그새 자동차 밑에 들어가 있었는데 나오라고 말해도 나오지 않고 내가 물그릇을 들고 자동차 쪽으로 다가가서 "물 마셔~ 먹어야 살지" 하니까 정말 밥그릇을 쫄래쫄래 따라온다. 밥그릇을 한쪽에 놔두니 물을 벌컥벌컥 오래 마셨다. 
요즘 열대야라 그랬고 낮에 엄청 더웠는데 온몸이 털이 난 고양이들은 얼마나 더울까 싶었다. 배가 고팠던 건지 목이 말랐던 건지 둘 다인지. 열심시 물을 마시는 고양이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밥은 못 주더라도 물은 줄 수 있잖아. 그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아?

고양이 밥을 주다 같은 건물 거주자들이 싫어해서 못 주게 되었는데 주차장 내 차 밑에 물그릇이라도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물을 맘껏 마신 고양이가 갑자기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냐옹 냐옹" 몇 번을 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 줘서 고마워 잘 마셨어"라고 했던 걸까 "물은 시원하게 잘 마셨는데 밥은 없니?" 한 것일까. 어떤 말을 했건 내가 준 물을 잘 마셨고 그에 대한 응답을 해줬던 고양이. 이런! 마음속에 뿌듯감이 밀려온다. 엄청 기분 좋잖아! 
나는 "친구들 불러와서 마셔요~"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 집 주차장에도 물을 놔둬야겠다 생각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 근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