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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l 22. 2018

일상- 거북이 입주 준비

0720

 글의 첫 줄을 적었다가 지워봤다. 나는 글을 너무 쉽게 쓰는 것 같아서. 주절주절
오늘은 예정일이 지났지만 소식이 없어서 몸도 마음도 찌뿌둥하니 편치 않은 날이다. 엄마는 늦게 일어난 딸을 다그치고 부랴부랴 거실에 에어컨을 키고 식사 준비를 돕고, 나는 살을 빼야 한다는 이유로 점심을 먹지 않은 채 방 청소에 들어갔다.

최근 엄청난 양의 쇼핑을 했는데 거북이 수조를 꾸며줄 용품들이다. 정말 며칠을 고민 끝에 커다란 고무다라이라 불리는 주황색 고무대야를 구입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거센 욕을 들어야했다. 모 그렇게 큰걸 샀냐고, 한바탕 욕을 먹고 잠잠해졌다.
'잠깐만 견디면 되는 거야. 거북이들 위해서 산 거니까!'

고무대야 색이 안 이쁘니 겉에 전에 내방 칠하다 남은 젯소와 하얀색 페인트로 색을 칠했고, 방의 물건들을 빼서 대야를 놨다.
'정말 크긴 크구나..' 
대야 말고도 측면 여과기 큰 것, 거북이들 응아를 받아줄 단지 여과기도 큰 걸로 샀고, 여과기만 있으면 안 된단다. 공기 발생기라는 것도 구입했다. 거북이 육지를 만들어줄 현무암 벽돌과 돌 빨래판,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온도계, 물갈이할 때 필요한 사이펀, 그리고 조금 더 파릇파릇하라고 개운죽 30cm 짜리도 20개나 샀다. 10개 사면 10개 더 주는 곳에서, 그럴 거면 20개씩 팔지 그냥. 묘한 장사 심리와 구매심리. 그래도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오늘 당장 거북이들이 입주했으면 좋았겠지만 호스를 준비 못 해서 물을 담지 못하고 있다. 베란다에서 방까지 연결하는 호스도 사야 한다. 
'아.. 생각보다 사야 할 용품들이 많다'




화장실에서 살던 거북이들 어항을 만들어줘야겠다 생각한 이유가 집 근처 카페에 들렀다가 카페에 살고 있는 거북이들을 봤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키우는 물고기들이 자주 바뀌는데(자꾸 죽어서 그런가) 이번엔 작고 귀여운 거북이 두 마리였다.
거북이 어항 속 환경이 너무 좋아 보여서 우리 집 거북이들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졌다. 물론 거북이 크기가 비교가 안돼서 우리 거북이들을 저런 환경에서 키우긴 힘들다 생각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나같이 큰 거북이 키우는 사람들은 고무대야에서 키우거나 커다란 어항에서 키우고 있었다. 어항에 수생식물도 넣어주고 거북이 육지도 만들고 조명도 설치하고 다들 너무나 잘 키우고 있다.

'나는 정말 잘못 키우고 있었구나. 거북이 자주 물밖에 나오게 해주고(자기들이 나오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해준다고 그게 전부가 아니었구나. 거북이는 물에 사는 동물인데 헤엄을 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사랑하고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다른 집 부모들이 나보다 좋은 환경, 용품 등으로 자식을 키우는 걸 보면 상대적으로 내가 부족한 부모, 못난 부모 같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거북이들이 자식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선 자식이나 마찬가지기에 내가 잘 못해주고 있다는 미안함이 크게 들어 여러 조사 끝에 새로운 집을 준비하게 됐다. 

거북이는 물갈이가 중요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갈아줘야 하는 거북이 3마리를 키우려면 화장실 밖에 답이 없다 생각했는데, 조금만 찾아보면 방법이 있다. 물론 많은 장비들이 갖춰줘야 하고 이건 전부 돈의 문제이긴 하다.
여과기 2개를 사긴 했지만, 내가 산 여과기로는 부족할 것 같고 일단 수질을 지켜보고 물자체를 자주 갈아주든지 해야겠다. 사실 아직 거북이 입주 전이어서 항상 깨끗한 물에 살게 하려면 얼마나 자주 환수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거북이 배설물 양이 말도 못 하니까. 밥 줄 때만 따로 옮겨서 줘야 할 수도 있고, 여과기도 열어서 자주 청소해줘야 제 기능을 할 텐데. 안 해보던 일이라 걱정이 되긴 하지만 우리 거북이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려 먼 시도해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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