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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ug 23. 2018

거북의 삶

D1_0822

초등학교 6학년 겨울부터 거북이를 키웠다. 그때의 거북이와 함께하는 건 아니지만 성인이 된 나는 여전히 거북이를 키우고 있다. 거북이 세 자매와 함께한 지도 4년이 지났다. 4년 사이에 쑥쑥 큰 거북이들. 


거북이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다. 먹고, 싸고, 자고, 쉬고, 태평해 보인다. 억지 출근을 하던 시절

"너네들이 부럽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잖아."

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아니 365일 집안에서 tv도 보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고 사는 거북이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어쩌다 보니 여자아이들만 셋이라서 교미를 하고 알을 낳고 부화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설사 알을 낳는다 해도 내가 집에서 부화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매해 여름마다 무정란을 낳는데 실컷 먹은 영양분을 알 만드는 일에 썼다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하고 동물의 본능에 따라 살 수 없게 키우는 게 미안한 마음이다.  


많은 반려묘 반려견들이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해 수술을 하고 생식의 기능을 잃지만 우리 거북이들 또한 남자 거북이가 없어서 평생 솔로로 살아야 한다. 미안하다 거북이들아 ㅜ

나에게 거북이들은 내가 돌봐야 할 동생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다. 바라만 봐도 행복의 감정이 뿜뿜. 거북이들은 내 마음을 알까? 애정과 미안함이 동시에 드는 이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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