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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ug 23. 2018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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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길긴 하지만 이렇게 말고 다른 표현은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출판사 현직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이다. 언뜻 보면 글쓰기에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걸까 싶지만, 그보다 책을 내고자 하는 예비 작가들에게  책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상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물론 글쓰기에 대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책에서는 전체 과정에서 일부로만 등장한다.


출판사에 투고하는 방법(기획안 쓰기), 원고의 가제, 목차를 만들고 글쓰기, 출판 계약을 하는 것, 책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 인세, 책 홍보되는 과정, 출판계의 동향 등 막연히 책을 내고 싶다 생각하지만 관련 정보가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책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에 받은 느낌이 긍정과 부정으로 나뉜다. 


긍정적으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따끔한 충고를 받았고, 좀 더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임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내 글의 완성도나 내용 이런 것뿐만 아니라 글(책)이 팔아야 한다는 전제로 출판사에서는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지라 팔릴만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거다. 혹은 내가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되거나.


순수한 마음으로 혹은 무지한 마음으로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오면 좋을 것 같아~'라고 생각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좀 매섭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어느 계통을 가나 경쟁이 아닌 곳은 없고, 책이 팔리고 안 팔리고는 누군가의 직장, 월급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직장인으로서의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에디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히 모르고 있었는데 막연히 매니저 같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것보다는 아이돌을 키우는 소속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인제를 발굴해서 트레이닝 시키고 이쁘게 꾸며서 가수로 만들어주고 홍보도 열심히 해주는? 

생각보다 하는 역할이 다양했고, 내 글이니까 책을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겠지. 가 아닌 공동작업자로서 에디터(출판사)의 역할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르는 게 나를 위해서 만들어질 책을 위해서 더 좋다는 걸 알게 됐다.  


부정적인 마음이 든 이유는 책이 너무 솔직하다는 점이랄까? 에디터 입장에서 수많은 투고자들을 봤고, 많은 작가들과 작업을 했던 에디터인지라 다양한 사례가 많다. 좋은 예, 나쁜 예가 존재하는 건 당연하지만  글을 보는 내 입장에서는 출판사 직원들끼리나 할법한 특정인에 대한 욕이 많다고 느껴졌다. 혹은 네가 이런 행동을 하면 난 속으로 이렇게 욕할 거다.라든지.

이렇게 하지 말라는 예로 나온 이야기들이지만. 그런 부분이 많아서 보기 좋지 않았다. 


내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사람들이 많구나.를 알게 되긴 했다. 디자인 좀 했다고 책의 디자인이나 삽화 등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생각한 건 에디터(출판사) 입장에서는 선을 넘은 행동이고 무례할 수도 있겠구나를 깨닫고 뜨끔하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런 이런 사람들 때문에 너무 시달렸고 괴로웠으니 이 책을 보고 내가 말한 행동들은 하지 말아 줘! 무턱대고 투고하지도 말고 책을 만들 때  군말하지 말고 우리가 하는 대로 따라오기만 해! 이게 우리 일인데 어련히 알아서 잘하지 않겠니?" 이렇게 말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내가 투고한 것도 아니고 같이 책을 만드는 상황도 아닌데 계속 핀잔 듣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책 내용도 좋았고, 유익했지만 읽고 나서는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았다.  


책 내는 게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게 아니었다. 제작 과정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하고, 책으로 나온다 해도 팔리지 못한 책들이 어떻게 폐기되며, 회사에서도 금전적인 손해를 입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가볍게 도전할 사항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이야기가 책을 낼만큼 특별한가? 혹은 당신은 SNS에서 유명한가? 초반에 접한 이런 이야기들은 아무나 책 쓴다고 원고 보내지 말라.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풀이 죽었다. 누군가에겐 경각심을 주고 투지를 다지게 해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보니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건가. 아직은 아닌가 보다.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도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내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타깃 독자는 누구인지 기획안도 써보고 초고도 써봐야겠다 다짐했다. 일단 해보고 그다음 문제를 생각해 봐야한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하지도 않고, 이거 생각보다 빡세네 못하겠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한 내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는데, 책을 내서 강연을 한다거나 내 커리어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다. 그저 완결된 글쓰기가 해보고 싶었고, 특정 주제에 대해. 일정 분량으로 완성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글을 모았으니 책을 내면 좋겠다 생각한 게 처음의 단순한 생각이었다. 여행 사진집을 만들듯 나에게만 의미가 있는 거라면 한두 권을 만들어 소장을 해도 되는 거고, 요즘엔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출판이 가능하니까.  그래도 사람 마음이 내 글을 많은 사람이 읽어줬으면 좋겠고 공감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으니 너도나도 책을 내고 싶은 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막연히 생각한 것보다 진입장벽이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쪽 세계도 정글이구먼. 일단 원고가 있어야 어디에 지원을 해보던 내가 내 맘대로 책을 만들어 보던 할 문제이기 때문에 날마다 글쓰기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저자도 말했다. 비싼 책 쓰기 코칭을 듣고 정작 책을 만들어줄 에디터가 봤을때, 어긋난 방향으로 가지 말고 자기 책을 읽으라고. 

나도 어째어째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말도 안되게 비싼 돈을 요구하며  당장  한두달 안에 책을 내게 해준다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다. 의심이 많아 코칭을 받진 않았지만. 

 원고를 투고하고 책이 나오는 과정은 이 책안에 다 있으니 개개인은 정말 좋은 글, 좋은 컨텐츠에 집중하는게  최우선으로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춤법도 틀리고 어떤 문장이 비문인지도 모르는 비루한 나를 마주하며, 좀 더 즐겁게 꾸준히 글쓰기를 해보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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