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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알쓸신잡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김영하 작가의 책을 다 읽어봐야겠다! 마음먹고 빌린 [살인자의 기억법] 이미 영화로 본 소설이었다. 두껍고 빽빽할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책이 얇고 여백이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 간결한 문장들로 되어있어 금방 읽을 수 있다. 물론 이미 내용을 대충 알고 있는 것도 있고, 김영하 작가 팟캐스트로 책 앞부분의 일부를 들어서 더 쉽게 읽혔을지 모르겠다.
최근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김영하 작가가 책의 전문을 읽어준 음성파일을 팔고 있나 보다. 며칠 동안 네이버 메인 바 광고를 엄청 했다.
그거 들으면 정말 잠이 잘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팟캐스트로 들었을 때 좋았는데(귀르가즘!) 책의 전체를 읽어준 건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
사실 영화를 먼저 보고(감독판) 책을 읽었을 때 당황했다.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닌데 이렇게 끝나는 건가 전부 엉클어진 가짜 기억이었단 말이야? 보는 순서가 중요하다. 책이 먼저고 그다음 영화를 봤어야 했다. 소설을 영화화해서 최악의 영화를 만드는 경우가 있고(7년의 밤처럼) 소설보다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이 그런 것 같다.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김병수가 박주태를 잡아서 죽이던 못 죽이던 둘이 싸우는 장면을 기대했을 게 뻔하지 않은가. 이야기 내내 그를 내가 죽여야 한다. 내 딸 은희를 죽이기 전에. 계속 잊지 않도록 주입하는데 그 모든 게 환상이었다니 책을 다 읽고 당혹스러웠다. 안돼 이게 끝이야? 그럴 리 없어!
작가는 그러한 장면을 보여주는 곳에 시간을 쓰지 않았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기억에 대한 이야기,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비범한 살인자는 하나의 소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나는 소설을 많이 읽고 살아온 건 아니다. 영화를 좋아했고, 시청각이 함께하는 영상이 더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책을 읽고 상상하는게 다른사람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와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좀 더 주체적이랄까? 책은 작가가 썼지만 읽고 어떻게 느끼느냐는 내 마음대로인.
책을 읽는 내내 영화속 설경구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 이상으로 상상하기 힘들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영화속 이야기와 섞여서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책부터 읽을걸. 그랬어야 했다.
감독은 이 책을 읽고 뒷부분 내용과 결말, 중간중간 여러 요소들을 감독 입맛에 바꿔 요리했다. 좀 더 먹음직스럽게 화려한 접시에 올리고 자극적인 짠단짠단한 맛으로 말이다. 설현의 몸매 부각샷도 놓치지 않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둘다 매력있었다. 김영하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