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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ug 30. 2018

김민식 - 매일 아침 써봤니?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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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PD를 처음 알게 된 건 그가 "김! 장! 겸! 은! 물! 러! 가! 라!"를 외쳤을 때다. MBC 파업 시절,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처음 보게 된 체구가 작고 마르고 개구쟁이같이 생긴 PD 아저씨.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이 아저씨가 블로그를 오랫동안 하고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 몰랐다. 지금은 조금씩 유명해져 책도 몇 권 나오고 요즘은 강연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세바시에 나오는 걸 보기도 했다. 요즘은 PD로 받는 월급보다 인세와 강연에서 받는 수입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PD 일은 정년까지 할 거지만 그 후에는 책을 쓰고 강연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한다.

MBC PD라고 하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3사 PD 공채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 뛰어난 인재만 뽑을 것이고, 방송국 PD는 연봉도 높고, 나쁜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정년이 보장된 꿀 직장이라 생각했다. 방송국에 수많은 직군이 있지만 PD, 기자 이런 직종은 메인 직군에 속하니까 자존감도 높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MBC가 파업을 하고 파업의 최전선에 나가서 싸웠던 많은 사람들은 고초를 겪었다. 김민식 PD도 그랬다. 지금이야 MBC에서 쫓겨나와 뉴스타파를 만들었던 최승호 PD가 사장이 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결국엔 PD도 직장인이다. 그리고 정년 이후의 삶은 알아서 개척해야 한다. 중년이 느끼는 정년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야 정년이 보장된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어 정년 이후가 걱정이겠는가 나는 1년 앞도 안 보이지만. 이렇게 꿀! 직장에 다닌다고 생각한 사람도 미래 걱정을 하는구나. 그게 너무나 당연한 거였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정식 코스(SKY, 신방과)를 밟아 PD가 된 게 아닌 걸 보면 PD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아저씨가 살아온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다르긴 하지만. 명문대 졸이 아니더라도 이 아저씨는 글쓰기를 잘하고, 영어를 잘하고, 남다른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뭐 하나 핵심 강점이 있어야 된다는 걸 책을 보고 느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블로그에 글을 써라라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김민식은 블로그 예찬론자다.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라는 단어가 몇 번 나오는지 세보고 싶을 정도였다. 족히 몇백 번은 블로그라는 단어가 나왔으리라.. 적당히 두꺼운 이 책은 본인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재미있게 흘러간다. 저자는 위트가 있는 사람이다.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한마디로 줄이면 [매일 블로그를 하자.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자] 정도다. 그래서 제목도 [매일 아침  써봤니?]가 되는 것이고 글을 매일 쓰자는 책은 많이 있는데 그걸 블로그에! 쓰자.라고 말하는 점이 조금 다르달까. 일상을 기록하자는 거다.
블로그에 올렸던 이야기들을 묶어서 그렇게 된 건지 중복된 내용이 많다. 대부분 이야기가 블로그에 자신이 글을 쓸 때의 즐거움, 글을 쓰면서 다양한 경험이 생기고 이력이 생긴 거에 대한 자랑 아닌 자랑이 담겨있다. 
그리고 앤간하면 밝히지 않는 원고료나 강연료가 얼마인지도 적어놓고 있어서 단순한 취미활동, 부업으로 생각하기에 높은 액수다. 즐겁게 글도 쓰고 돈도 벌고 이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냐고 말한다. 노후 준비는 이미 돼있는 셈.


지금 이 순간 제게 가장 즐거운 일은 독서, 여행, 글쓰기 세 가지입니다.
비범한 삶이라 기록하는 게 아니라 매일 기록하니까 비범한 삶이 되는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달립니다.



내가 현재 좋아하고 있는 걸 똑같이 좋아하고 있는 아저씨다. 나도 요즘 독서, 여행, 블로그 글쓰기. 말고 다른 건 관심 없다. 생업을 놓고 취미에만 전념하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가본 음식점을 올리고, 여행기를 올리고, 독후감을 올리고 나는 왜 그렇게 블로그에 몰입을 할까. 혹은 집착을 할까.라고 생각해봤는데 이 아저씨 말대로 매일을 기록하면 비범한 삶이 되지 않을까. 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이 아저씨는 체험단 리뷰는 하지 않으시겠지만. 좀 더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이 아저씨와 동일하다. 
나같이 블로그를 이미 하고 있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블로그를 전혀 하지 않고, 남에게 내 글 공개를 꺼려 하는 사람이 보기에 이 책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블로그에 글 쓰라는 말밖에 없잖아!라고 생각할지 나도 블로그를 한번 용기 내어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하게 될는지. 그만큼 블로그 하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책에서 언급된 책들


김호 [쿨하게 생존하라]
이토 히로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서은국 [행복의 기원]
정철 [카피책]
모리 히로시 [작가의 수지]
[1인1기]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앤잴라 더크워스 [그릿]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금정연 [서서비행]
윤미현 [크리에이터 질문법]
한혜경 [남자가,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리처드 포티 [삼엽충]
김경록 [1인1기]




책속에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내가 읽은 책은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행복의 기원] 이었다. 대부분 읽어보지 않은 책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 적어 놓는데 내가 읽은 책이 적혀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 사람은 어떤 책을 읽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생각 알 수 있다. 추천 책 소개받는 기분이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데 수많은 책에서 위에 언급한 두 책을 언급한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달리기를 하고 수영을 하고 매일매일 원고지 20매를 쓴다는 이야기가 또 나온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책이고 작가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도 한 번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의 기원]을 에세이처럼 적은 글은 너무 잘써서 놀랐다. 같은 책을 읽고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랄까. 

[삼엽충]에 대한 서평도 기발하고 위트있고, 괜히 PD가 아닌것 같기도 하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블로그,글쓰기를 통해 자기계발을 즐겁게 하자.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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