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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Sep 03. 2018

정유정 작가 28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을 보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항상 실용서, 자기 계발서 위주로 보다가 [종의 기원]은 나에게 임팩트가 컸나 보다. 최근 출간한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가 너무 읽고 싶은데 그걸 읽으려면 그녀의 책을 다 읽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고 싶다. 

[7년의 밤],[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를 읽었다. 역시 재미있군!  [28]은 빌렸다가 너무 두꺼워서 엄두를 못 내고 미루고 미루다 도서관에 반납했다. 다시 도전해야겠다 생각하고 책을 다시 빌렸다.

언제나 소설의 시작은 낯선 인물, 낯선 장소에 대한 적응으로 집중이 쉽지 않다. 읽어내려가는데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읽게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구덩이에 푹~ 빠져서 이상한 나라로 가게 되는 것처럼 이야기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서울 인근 가상의 도시 화양에서 인수공통전염병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28일간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전개 방식이 특이하다. 6명의 인물이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얽히고설켜있다. 동물보호소 수의사 재형, 재형을 기사 하나로 나락으로 빠뜨리는 기자 윤주, 화양시 소방관 기준, 간호사 수진, 정유정 작가 소설 속에 꼭  한 명쯤 등장하는 또라이, 악의 축 동해, 그리고 투견으로 길러진 늑대개의 후손 링고다.  제목은 28로 돼있지만 정작 읽을 때는 날짜 가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 중간중간 날짜를 언급해 주긴 하지만 날짜보다는 이야기의 흐름대로 읽다 보니 이게 28일 동안의 일이었구나 나중에 생각하게 됐다.


인수공통전염병이란 게 사람이 사람에게, 개가 사람에게, 사람이 개에게, 개가 개에게 전염병을 옮기는데 증상은 눈이 빨개지고 며칠 되지 않아 피를 토하며 죽는다. 원인도 모르고 해결책도 없다. 화양은 아수라장이 된다. 화양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게 차단됐고 화양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군인들은 총까지 발포한다. 


이야기가 가면 갈수록 마음 아프고 끔찍하게 흘러간다. 어디까지 읽을 수 있겠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읽기 힘들지만 마지막이 궁금해서 꾸역꾸역 읽어나간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허탈해지고 우울해진다. 무서운 꿈을 꾸고 현실로 돌아와 평화로운  현실에 안도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28일 후]가 떠올랐다 의문의 바이러스(분노 바이러스)가 도시에 퍼지고 도시는 아수라장이 되는 내용. 제목도 유사하고 말이다. 한쪽은 좀비 영화지만 소설 28은 조금 다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에 대한 이야기랄까?  자신의 직업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바이러스가 퍼지고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놓지 않는다. 소방관 기준이 그랬고 간호사 수진이 그렇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게되는 기자 윤주, 모든게 저 여자 때문이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또 기자의 역할이고 그녀를 비난할 수 만은 없는게 또 현실이다. 


 책의 마지막 장 작가의 이야기에서 28을 쓰게 된 이유가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영상을 보고 나서 였다고 말한다. 2010년 겨울이었을거다. 그래서인지 28의 배경도 추운 한겨울이다. 책에서는 돼지가 아닌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 개가 등장한다. 시작은 의문의 바이러스였지만 끝에 가면 갈수록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책을 집필하기 위해 수의학과 교수, 응급의학과 교수, 방역과 수의사. 119구조대, 기자 등 책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직업에 관련해서 인터뷰를 해줬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말이 나온다. 소설가는 단지 머릿속에서 상상한 인물들의 이야기만 다루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직업에 대한 탐구,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구나를 알게 됐다. 


읽는 사람도 괴로운데 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래도 써야 하는 이유가 있기에 그래야 하기 때문에 쓰게 된 거겠지. 

정유정의 읽지 않은 책이 몇 권 남았나 봤더니 2000년도 초반에 만든 소설책 몇 권이 더 있다. 절판되었지만 도서관에는 있으니 부지런히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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