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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Sep 13. 2018

스티븐 킹의 창작론

0913 [유혹하는 글쓰기]

최근 글쓰기 관련 책을 하나씩 읽어보는 중이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빨간책방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 한적 있어서 궁금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이력서, 연장 통, 창작론, 인생론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력서 부분은 스티븐 킹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게 어떻게 글쓰기 책이지? 온통 자기 자랑뿐이야!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잡지 기고를 열심히 하던 소년이었다. 작가는 떡잎부터 다르구나를 느낄 수 있음.



하지만 읽다 보면 스티븐 킹이 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지나면서 평생을 작가로 살아온 스티븐 킹에 대한 모든 것? 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연장통 부분에서는 어휘력과 문법에 대해 강조하는데 비문과 수동태를 싫어하고 부사를 엄청나게 싫어한다. 내가 방금 쓴 것처럼 '엄청나게'는 스티븐 킹에게 지우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드는 부사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에는 스티븐 킹도 마지못해 쓰는 경우가 있지만 부사는 너무 친절해서 독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담백하지 못한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글을 쓰면서 엄청! 매우! 이런 말을 자주 쓰고 부사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한 번 생각해볼 문제 같다. 적절하게만 사용하도록.



창작론

스티븐 킹은 1947년 사람이고 글을 쓰던 시점도 1997년이다. 그가 회고하는 어린 시절의 책이나 영화, tv프로그램은 내가 알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지만 다양한 실제 예시를 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정말 괴팍하다, 혹은 솔직하다고 느낀 점은 

형편없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배운다. p177

라고 적으면서 이미 고인이 된 과학소설가를 깐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글이라고 비난하면서 반대로 이렇게 못쓰는 글을 보면서도 배운다고 말한다. 소송 안 걸렸을까. 그만큼 글이 솔직하다. 


독자들이 이야기 '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끼기 만들려면 등장인물의 겉모습보다 장소와 분위기를 묘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신체적 묘사를 통하여 인물의 성격을 손쉽게 드러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까 제발 부탁 건대, 주인공의 '예리하고 지적인 푸른 눈동자'나 '앞으로 내밀어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턱' 따위는 삼가도록 하라. 여주인공의  '도도해 보이는 광대뼈'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을 쓰는 것은 한심하고 나태한 짓이다. 그 지긋지긋한 부사들과 다를 게 없으니까. p215

부사를 왜 그렇게 쓰지 말라고 하는지 이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장소와 분위기 묘사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공감이 됐다. 


스티븐 킹도 작품을 쓰면 거침없는 대화문과 잔혹한 내용 덕분인지 꽤나 악플을 받던 사람이다. 인터넷 없던 시절에는 편지로 받았단다. 동물을 잔혹하게 때리는 장면이 나오면 동물보호단체에서 혹은 종교인에게. 악역을 실감 나게 연기한 배우가 실제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가공된 인물이지만 어차피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으니 작가도 사악하고 나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마음.

 나도 처음에 김영하 작가의 글을 [오직 두 사람]을 통해서 처음 읽고, 비슷하게 생각했다. 이 사람은 뭔가 죽음과 섹스, 폭력에 심취된 이상한 사람일 것 같고 마초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알쓸신잡에서 본 김영하 작가의 모습은 지적이고 위트 있는 뇌섹남이었다!


소설을 쓸 때 여러분은 나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확인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일이 다 끝나면 멀찌감치 물러서서 숲을 보아야 한다. 모든 책에 상징성과 아이러니와 음악적인 언어 따위를 잔뜩 퍼담을 필요는 없다.(산문은 운문과 다르니까). 그렇지만 모든 책에는 ㅡ적어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면ㅡ뭔가 내용이 있어야 한다. 초고를 쓰는 도중이나 그 직후에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작품을 수정하면서 해야 할 일은 그 내용을 더욱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하려면 더러 큰 변화와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로 스토리는 좀 더 통일성을 갖게 되고 여러분과 독자들은 작품을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실패하는 일은 거의 없다. p247


리스본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1966년 봄에도 그런 쪽지를 받았는데, 그 쪽지는 내가 소설을 수정하던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프린터로 인쇄된 편집자의 서명 아래 이런 명언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수정본 = 초고- 10%. 행운을 빕니다.' p275


'당신은 돈 때문에 일합니까?'
대답은 '아니오'다. ~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써서 주택 융자금도 갚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나는 쾌감 때문에 썼다. 글쓰기의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썼다. 어떤 일이든 즐거워서 한다면 언제까지나 지칠 줄 모르고 할 수 있다. p308


인생론

[유혹하는 글쓰기]를 집필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말이었는데 소설 쓰기보다 더디게 쓰고 있는 상태였다. 그 와중에 죽을뻔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여러 번의 다리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면서 다시 쓰기 시작한 이 책은 1999년 6월에 마무리됐다. 스티븐 킹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면 이 책은 읽을 수 없었겠지. 죽을뻔한 경험을 하고 마무리 된 이 책은 스티븐 킹 자서전 같은 느낌이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 앞으로의 삶을 대하는 자세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스티븐 킹도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쓰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봤고, 세상에  자기 이름으로 된 글쓰기 책 하나쯤은 남기고 싶었나보다. 
 책을 읽으면서 스티븐 킹의 인생과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알려주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이랄까?  마지막에 부록처럼 나와있는 본인 소설 일부의 초고와 수정본, 수정본에 대한 해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친절한 글쓰기 책이 있다니. 글쓰기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글쓰기보다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더욱 적합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유익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 글쓰기는 마술과 같다. 창조적인 예술이 모두 그렇듯이, 생명수와도 같다. 이 물은 공짜다. 그러니 마음껏 마셔도 좋다. 
부디 실컷 마시고 허전한 속을 채우시기를.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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