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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Sep 18. 2018

아몬드_손원평

부모와 자식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

드디어, 드디어 아몬드를 읽어봤다. 도서관에 책은 많은데 항상 예약이 걸려있어서 도통 빌리기 어려웠던 책이다.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저자 손원평은 독특하게 대학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나왔다. 영화도 만들고 책도 쓰는 작가라니. 첫 장편소설이 아몬드고 이 소설로 등단을 했다고 한다. 멋지잖아!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은 뇌의 특정 부위(편도체)가 고장이 나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선윤재라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제서야 제목이 왜 아몬드인지 표지 속 남자아이 얼굴이 무표정인지 알게 됐다. 


이 책은 타인에게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를 부단히 교육시켜 평범한 사람이 되길 바랐던 엄마와 무덤덤한 아들이야기로 시작된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고아 아닌 고아가 돼버린 윤재와 불량학생으로 낙인찍힌 곤의 우정, 달리기를 좋아하는 소녀 이도라 와의 풋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선윤재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비범한 주인공의 등장과 초반의 사건을 계기로 좀 더 쎈! 이야기를 기대한 나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전개와 결말이었다. 결국엔 해피엔딩. 이런 느낌이랄까. 청소년문학.이라는 범주에 든 작품이라 생각하면 청소년의 주인공, 게다가 핸디캡이 있는 주인공이 친구를 만나 우정을 알게 되고 이성에 눈을 뜨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은 극단적으로 타인을 공감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화자로 등장하지만 문제가 없는 다른 사람들은 과연 타인의 아픔, 슬픔에 공감하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 같다. 다들 자기 살기에 바쁘고 자기식대로 해석하며 살아가니까. 윤재와 정반대의 캐릭터로 나오는 곤은 겉으로 봤을 때는 문제아지만 알고 보면 상처받은 어린아이에 불과한데 부모도 학교도 이 아이를 제대로 보듬지 못하고 있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도라 또한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부모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로 나온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에 적힌 내용을 보고 좀 놀랐다.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 없는데 작가는 자신의 아이를 낳으면서 이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변함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큰다 해도? 그 질문으로 시작해서 과연 나라면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 의심할 만한 두 아이를 만든 게 윤재와 곤이라고 했다. 

책을 읽은 나는 주인공 윤재의 입장에서만 책을 읽었지 다른 시각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작가가 이 이야기를 만들게 된 계기를 알고나니 이야기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들이 읽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겠구나. 아픈 아이를 둔 부모라면 선재의 엄마의 노력과 행동에 공감이 되서 마음이 엄청 아팠을것 같고, 사춘기 청소년을 둔 부모가 읽었다면 또 다르게 느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 될 책이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서 자식을 사랑으로 키웠고 자기 자식을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식의 마음까지 100%아는건 불가능했던 엄마. 하지만 끝까지 자식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수 클리볼트가 생각났다. 

그제서야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가 왜 "네가 아몬드를 읽은 소감이 궁금하다." 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갔다. 사실 나는 별 느낌이 없었다. 비범한 주인공으로 시작해서 결국엔 해피엔딩.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책을 읽는 내 마음이 딱 아몬드가 고장난 윤재같았다. 그런데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읽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와 자식이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것 같단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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