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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Oct 04. 2018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_김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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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내 블로그에 들어와 내가 올린 글들을 읽어주고 언제나 나에게 글을 잘 쓴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
"언니는 글을 잘 쓰잖아요" (왜 아직도 존댓말인 게냐)
"애이 뭘 내가 잘 쓴당가. 그냥 막 쓰는 거지 ㅋㅋ"
나중에 친구가 생각하는 잘 쓴다. 의 속듯은 글이 솔직하다 였다는 걸 알고 난 후. 난 인정했다. 
'그래 내가 좀 솔직하게 감정을 다 쓰긴 하지. 누가 보든 말든. 물론 어디에도 꺼내놓지 않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지어내서 쓰는 것보단 속에서 나오는 대로 솔직하게 쓰는 게 더 즐겁고 좋다.'

이름도 이쁜 김서령. 김서령 작가의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는 그 친구가 읽어보면 잘 썼다!라고 말할 것 같다. 너무나 솔직한 글들. 그리고 나이를 보니 나보다 10살 정도 많은 언니가 쓴 글인데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동네 친한 언니가 해주는 이야기 같고 그렇다. 
산문집.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에세이, 수필, 일기 이건 알겠는데 산문집은 뭘까. 읽어보니 내가 생각하는 에세이, 수필, 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짧게 짧게 적힌 글들. 현재의 이야기라기 보다 과거 한때 나를 생각하면서 쓴 것 같은 글이 많다. 이렇게 예전에 있었던 일을 다 기억할까? 싶다가도 아. 소설가였지 조금의 msg는 쳤겠다.ㅋ 모 그런 생각을 했다. 책에서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종종 있다.

제목에는 사랑이 들어가지만 책의 제목은 이 책에 나온 이야기 중 한 개의 제목일 뿐이고 지나간 사랑에 대한 글, 엄마와의 일화,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특히 여행) 4개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나열된 일기 같은 느낌이다. 
사투리를 쓰시는 엄마와의 일화는 재미있고 웃음을 준다. 사투리와 구어 표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도 내 글에 대화체 좀 넣어보자 하면서..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니
일상이라는 흔한 식재료가 맛깔난 에세이로 됩니다.
'너 이대로도 괜찮아'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함께 웃고 고개 끄덕이는 사이, 오늘 하루 유쾌하게 살아갈 기운이 생길 거예요. 


책을 읽고 전적으로 동의했다. 정말 소소하다. 그냥 한 여성의 인생을 부분부분을 훔쳐보는 느낌이지만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고, 특히나 지금 내 나이 시점의 이야기, 엄마와의 일화 같은 건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들이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자라 그런지 좀 더 공감이 됐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엿봤을 때는 어딜 가나 쓰레기는 있구나.. 그런 생각도 해보고, 소설 쓰는 사람 시 쓰는 사람들은 전혀 접해볼 길 없지만 순수미술 하는 사람들처럼 뭔가 내 안의 무언가를 좇는 누군가가 보면 꿈만 꾸는 사람들,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들처럼 보인다는 점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글 쓰는 작가나 미술을 하는 작가가 둘 다 작가라 불리는 이유는 만들어내는 건 달라도 그 마음이 비슷해서 일까. 

소설을 쓰러 외국을 몇 개월씩 도피하듯 떠났던 작가의 예전 모습은 나로선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한 번쯤은 그래보고 싶다.
 요즘 한 달 살기 이런 게 유행이라는데 제주도나 한적한 소도시에서 한 달 정도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제주도나, 남해, 진도 가 좋겠지. 꼭 외국에 가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작가가 남해에서 묵었다던 산장. 산 아래로 펼쳐진, 약간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풍경. 그 풍경은 금산산장 밖에 없어! 나는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여기에서 묵었단 말이야? 대단한데!라고. 화장실은 푸세식이고 씻지도 못하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만 뷰만큼은 기똥찼던 그곳과 금산산장을 지키고 있는 구수한 할머니!

지금은 예전보다 여유로운 40대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또 소설을 쓰고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다. 한결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나도 40대가 되면 어디선가 낳은 자식도 한 명쯤 있고, 좀 더 세상살이가 유들유들하고 편할 날이 올까. 
그녀의 다른 글,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신용목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이혜경 [검은 돛배]
고은규 [오빠 알레르기]
권여선 [안녕 주정뱅이]
노희준 [오렌지 리퍼블릭]
책에서 언급한 다른 작가와 책을 적어보았음. 나중에 읽어볼 기회가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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