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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Oct 11. 2018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소설 도장깨기

김영하 작가의 또 다른 책을 하나 읽었다. SBS 드라마 너목들(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떠오르면서 관련이 있을까 했더니 전혀 무관한 이야기, 제목만 동일했다.(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 제목이 과연 이 이야기에 적합한 제목인가? 의문이 들긴 했다. 제목만 보면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 일 것 같지 않은가.)

 내가 최근에 본 김영하 작가의 장편소설이 대부분 두께가 좀 얇아서 금방 읽기도 했고, '이 작가는 얇은 책만 쓰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 꽤 두꺼운 책이었다. 

 2012년에 나온 소설책으로 이전 작 이후 5년 만에 쓰인 책이라고 한다. 하나의 소설을 쓰는 데 5년이나 걸렸다니 두꺼울 수밖에 없는 듯. 


 고아 제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전 작품 <검은 꽃>,<퀴즈쇼>에서도 고아가 등장했고, 고아 삼부작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한다. 어떠한 계기로 고아를 자신의 소설속에 등장시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드라마 속 고아는 대부분 가난하고 억척스럽지만 밝은 캐릭터로 나오지 않나. 신데렐라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가 익숙하다. 하지만 김영하 소설 속 고아의 모습은 위태롭고 무모한 존재로 나온다. 불쌍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한 느낌.  


주인공 제이와 동규의 유년시절부터 십대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청소년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청소년 소설은 아니었다. 어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보다 잔혹하고 슬픈 이야기가 전개된다. 

 동규 시점에서 서술하는 유년시절과 친구 제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이다. 시간이 지나 그들은 중학생이 되었고, 고아원을 탈출한 제이가 길거리를 배외하면서 폭주족 리더로 성장하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제이를 좋아하는 가출소녀 목련, 할리 데이비슨을 운전하는 일반적이지만은 않은 경찰 박승태의 이야기가 겹겹이 들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전이라고 해야할까. 처음부터 의도된건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또 다른 나! 가 등장해서 지금까지 내가 읽은 이야기를 자기가 썼다고 말한다. 당황스러웠다. 마지막 부분에 나왔으니까. 소설속 이야기 바깥 세상에 소설가가 있고, 그걸 읽는 지금의 나. 3단계의 세상 같다고 느껴졌달까. 아니다. 소설속 이야기 바깥에 소설가, 그걸 쓰고있는 현실세계의 김영하 작가, 그걸 2018년에 읽고있는 나. 4단계라고 해야할까? 


소설속에 소설가가 등장하면 헷갈린다. 소설가 본인의 이야기 같다가도 지어낸 이야기 같으면서 어떤게 허구인지 진실인지 헷갈린달까. 소설속 이야기는 소설일뿐. 이라고 생각하지만 소설가 뱃속에서 나왔으니 소설가가 일부 포함되있는것도 맞지 않을까? 

 작가가 이런 결말을 원했을까. 혹은 머리를 쥐어짜다 내용이 틀어진걸까. 갑자기 아이디어가 팍! 하고 떠오른걸까. 소설가 본인만 알고있겠지. 최근 나온 소설이라면 여기저기 뒤져보고 하겠는데 지금와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폭주족이라.. 폭주족 아이들의 묘사와 이야기가 소설 중반부에 꽤 길게 나오는데 아득해졌다. 내가 어렸을 때 tv 뉴스에서나 본 폭주족 이야기라니. 우리나라에 폭주족이 활동하던 시기를 찾아보니 80년대 말에 등장해서 90년도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고 2000년대까지 활동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폭주족 아이들 이야기는 90년대 폭주족이 정점이던 시절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가 느끼는 상황과는 달라서 좀 거리감이 드는 이야기들이었다. 가출 청소년들의 집단생활, 혼숙, 성매매 이런 이야기는 가끔 PD수첩이나 다큐영화에서나 보는 이야기 인지라 읽기 유쾌한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은것뿐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아이들이 존재할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도 어딘가 이 아이들이 있을것만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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