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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Oct 04. 2018

여행을 떠나자

D17_0924

날마다 글을 쓰자 다짐해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 요즘이다. 지방으로 여행을 다니고 밀린 포스팅을 쓰고, 책을 읽고 나면 글 쓸 시간이 없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머릿속에서 몇 개 사라져 버렸다. 안되는데!


신변에 변화가 생겼다. 10월부터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돈이야 언제나 벌고 싶은 거지만 몇 개월간은 어딘가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주 남은 지금, 마음이 조급하다. 회사를 다니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없지만 백수가 된 지 1년이 다가오면서 돈도 야금야금 썼고, 내 모습이 많이 게을러졌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서 약간의 시간을 팔고 돈을 벌어 또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했다. 우연히 온 기회라면 기회, 왔을 때 잡아야지 어쩌겠는가. 


10월 안에 처리해야 하는 일을 부지런히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한다. 명절마다 가족이 모이는 집안도 아니고 외할머니,외할아버지 돌아가신 이후로 우리 집은 핵가족이 되었다. 친척들과 모여서 음식 먹고 그러는 상황은 이제 안녕.  


원래 내 계획은 올해가 가기 전에 더 추워지기 전에 서울 둘레길 코스를 완주하고 10월에는 혼자 차를 몰고 전국 일주를 하려고 했더랬다. 안 가봤던 지역을 쭉~ 둘러보고 기약 없이 길게 여행을 떠나보자 생각했는데, 갑자기 발목이 잡혔다. (그래도 서울 둘레길은 포기하지 않았다. 꼭 완주할테다!) 그래서 다급하게 며칠 남지 않은 백수기간에라도 갔다 오자 생각하고 일정을 짠다.


대학시절부터 막연히 가보고 싶었는데 가보지 못했던 군산을 시작으로 알쓸신잡 영향받아 목포, 진도를 거쳐 해남, 보성, 순천, 여수는 나중으로 아껴두고 남해를 갔다가 부산을 가려고 한다. 4박 5일? 아니면 5박 6일이 될 것 같은 혼자만의 여행. 원래는 전라도와 남해 쪽만 둘러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부산 비엔날레가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부산도 가게 됐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길을 상상해보면 가늠이 안되지만 중간중간 쉬면서 올라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근대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군산, 지명은 많이 들어봤지만 어떠한 정보도 없었던 목포, 그리고 알쓸신잡에서 진돗개 보고 가야겠다 생각했던 진도, 그리고 팽목항도 가볼 생각이다. 나는 한 번도 조문하지 않았고, 리본을 달고 다니던 사람이 아니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추모했다. 그래도 진도 가는 길에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보려 한다. 

남해여행이라고 하면 난 막연히 서해 동해 있으니 우리나라 아래쪽을 전부 남해!라고 부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해가 특정 지역이란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는데 남해군! 이 있었다. 여행 준비하다 알고 놀랐다. 여수와 통영 사이에 있는 남해라는 곳을 말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구나. 그렇게 큰 땅도 아닌데 말이지. 반성하는 마음으로? 방문하려 한다. 사실 보리암 사진과 금산산장 리뷰를 보고 갈 수밖에 없었다. 용한 곳이라니 올라가서 뭐라도 빌고 내려올 거다.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여러 번 가봤지만 이번 목적은 오로지 비엔날레다. 시간이 있으면 빵천동도 들르겠지만. 나름 미대 나온 여자인데 국내외 비엔날레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래서 한다는 소식 듣고 가보려 한다. 


숙소도 군산, 목포만 예약해놓고 무작정 떠난다. 내 차를 가져가니 대중교통보다 자유롭고 내가 언제 어디로 가게될지 모르겠다. 이렇게 숙소도 안정하고 무작정 떠나본 적 없는데 우리나라는 찜질방도 많고, 모텔도 많지 않은가!  아니면 에반 뒷좌석에서 침낭 덮고 자도 된다. 밖에서 텐트 치고  혼자 잘 용기는 아직 없으니 이렇게라도... 예전 같았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여행인데 어쩜 그렇게 대범하게 혼자 떠날 생각을 하는지 요즘 내 스스로 놀랍다. 


사실 반년뒤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렵을 여행하는 내 모습이 자꾸 머리속에 그려져서 생각 못하게 막아놓고 있다. 눈 앞의 여행에 집중하자. 내일이 없는것처럼 살고 있으면서 여행 생각만 하면 어쩜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이 되는지 나도 내가 이해가 안간다. 하지만 시간이 있고 몸이 건강할때 많이 다니고 보고, 먹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요즘의 나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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