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좐느 Oct 21. 2018

지하철에서 우디를 만났다

D29_1019

퇴근, 길 지하철을 갈아타고 빈자리에 앉았다. 맞은편 오른쪽 좌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우연히 봤다. 그를 보자마자 난 마음속으로


'우디다!'


라고 외쳤다. 토이스토리 주인공 우디 말이다. 그는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진파랑 딱 붙는 청바지에 정강까지 올라노는 목이 긴 텍사스 부츠를 신고 있었다. 

셔츠를 입었고, 그 위에 조끼를 입었는데 얼룩소 무늬였다!


'저 조끼 완전 귀엽다. 세상에'


남자의 피부는 하얀 편이었는데 얼굴 왼쪽 볼에 콧수염 모양 문신과 알 수 없는 문신들이 몇 개 더 보였다.


'얼굴에 진짜 문신을 한 건가. 판박이 스티커는 아니겠지. 얼굴에 문신한 사람 실제로 처음 봐.'


할로윈데이를 검색했다. 오늘은 할로윈 데이가 아니다. 뭐 하는 사람일까. 저 남자는 분명 이태원에 내릴 것 같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태원역에 도착하니 내렸다. 

그는 돌하르방과 영국 근위병 열쇠고리가 대롱대롱 달린 노트북 가방을 들고 있었고, 그림이 그려진 커다란 캔버스 백을 들고 있었다.


'클럽의 DJ 아닐까? 불금에 저렇게 독특한 복장을 하고 노트북 가방이라..'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를 보는 기분이라 슬쩍슬쩍 많이도 훔쳐봤다. 그의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한테


"저 사람 봐! 정말 우디 같지!"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도촬도 범죄인지라 눈으로만 그의 모습을 담았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전부 특이한 아이템인데 언뜻 보면 그렇게 튀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섞인다. 분명 우디의 복장을 하고 있는데 한번 입는 싸구려 코스프레 옷이 아니라 멋부린 평상복 같은 느낌이랄까? 신선했다! 


대학시절에는 워낙 학교 안에 특이한 사람들이 많고 학교 주변에도 많아서 눈이 즐거웠는데 요즘은 개성 있는 사람 보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독특한 복장의 사람을 보게되어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나도 예전에는 남들과 다르게 튀고 싶단 욕망이 넘쳐흘러 머리색도 요란하게 하고, 기괴한 옷도 많이 입고 다녔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저 흑역사일뿐. 가끔 친구들이 오래된 미니홈피 속 내 모습을 퍼 올 때면 당혹스러울뿐이다. ㅋ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미술심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