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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Oct 30. 2018

책을 선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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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로  친구에게 책을 선물 받았다. 선물포장으로 주문하면 이렇게 이쁘게 배송되는지 처음 알았네.


지인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을 때 고려할 사항. 이 사람은 평소에 책을 읽는가? 책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좋은 책을 선물해도 읽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까. 내가 준 책이  냄비받침으로 쓰이고 모니터 밑에 깔리게 된다면 슬플 것 같다. 


이전의 나는 책을 선물하는 건 좀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선물해 본적도, 선물 받아 본적도 거의 없다. 내가 책을 읽지 않으니 선물할 수도 없고, 선물 받을 수도 없는 게 진실이지만.


여자친구들끼리의 흔한 선물은 바디샵이나 러쉬에서 파는 바디클렌져,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의 신상 립스틱 정도면 훌륭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런 선물들이 더 진부하구나.


책을 즐겨 읽는 친구들에게 책을 선물로 받고 보니 "나 이 책 재미있게 봤어. 넌 책을 선물하면 읽는 사람이지? 읽을 거지? " 하며 [책 읽는 사람] 인증 마크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속히 다 읽고 느낀 점을 말해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지만 부정적인 기분은 아니다.


백수생활이 그냥 아무런 결과물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간다는 불안함 때문에 시작한 독서인데 여전히 약간의 의무감으로 읽는 건 맞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소설책을 보며 다른 세계로 순간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은 조금이라도 책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 같아서 즐거운 요즘이다. 읽어야 할 책이 쌓여있는 건 즐거운 압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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