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좐느 Nov 11. 2018

호모 사피엔스

D40_1110


잠이 오지 않는 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왜 잠이 오지 않는 건지. 회사에 나가서 돈을 벌고 있는 나와 얼마 전까지 백수 한량이던 나를 비교해보면 역시 일을 하면 생각할 시간이 없다. 마인드는 백수에 닮아있는데 삶은 어정쩡한 직장인이 되고 보니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글을 쓴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블로그에 여행기를 쓴다거나..)  당장 먹고사니즘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행동들이지만 나에겐 중요한 일들이 자꾸자꾸 뒤로 밀리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출근 전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것도 아니고 (오후 출근이면서!) 퇴근하고 집에 와서 불타오르지도 못한다. 왜 수많은 직장인들이 직장 밖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힘든지 요즘 몸소 체감하고 있다. 회사 다니는 와중에 학교를 다니고 책을 내고 자기계발하는 사람들은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다!

김동식 작가의 SBS-SDF 인터뷰 영상 중 “작가님은 어떻게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한가요?”라는 질문에 김동식 작가는 요즘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그렇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학생이던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이건 너무 바쁘게 살기 때문에 상상할 시간이 없다는 거다. 자기는 인간관계가 없지 않느냐며 자조하는 듯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을 하기 위해서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산속으로 들어가자는 말은 아니지만 요즘의 나는 생각할 시간(사유라고 하면 더 있어 보일까?)이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내 몸이 바쁨도 좋고 월급도 좋고, 내가 무언가 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분(거대한 기계의 부품일지라도) 다 좋은 기분인데 단 한 가지. 나에게 중요한 무언가가 자꾸 사라지는 기분이다. 생각이 쌓이지 못해 날아가고 앞만 보고 하루하루를 사는 기분이랄까? 날마다 이달의 몇 주 차가 지났는지 오늘은 무슨 요일인지 주말은 언제 오는지 이런 것들을 신경 쓰느라 좀 더 장기적인 내 계획을 세울 생각을 못 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있다. 해야 하는데 왠지 하기 싫어서 미루고 있던 일들이 무엇인지. 귀찮아서 미뤄두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그런 일들만 자꾸 쌓인다.
항상 우선순위에서 뒤에 있는 일들? 하지만 하고 나면 후련해질 일들.

고작 한 달 일했다고 벌써부터 직장인의 회의감을 느끼는 걸까? 
내가 1년여 남짓 누렸던 백수의 삶이 눈물바다 인적도 있고 우울감의 극치인 적도 분명 있었는데, 아득하니 그리워지고 멀게 느껴진다. 지나고 나니 매우 좋았던 시절로 평가된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 누리게 될 거다. 좀 더 통장이 두둑해진 채로. 그것 때문에 버틴다!

그래도 지금은 몇 시가 되면 밖으로 나가야 하니 그나마 규칙적인 생활도 하고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는, 조금이라도 걷는 생활을 하게 돼서 다행이기도 하지만 생각하고 싶다. 생각하고 싶은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밤마다 퇴근하고 해야 했던 일들 (알바, 알바, 알바)가 끝나고 나니 갑자기 자유로워져서 며칠을 룰루랄라 놀고 있으니 또다시 정신줄을 잡고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항상 회사를 다니면서도 딴짓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여러 친구들이 날 부지런하다. 추진력이 있다고 말해주지만 정작 나는 나 자신이 엄청 나태하고 게으르며 좀 더 나머지 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자!










매거진의 이전글 사탕줄껄 그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