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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Nov 10. 2018

사탕줄껄 그랬나

D39_1109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길. 옆에 앉은 남자가 이상하다. 양복을 말끔히 입은 그 남자는 글씨가 빽빽한 A4 용지를 봤다가 휴대폰을 봤다가 분주하다. 중간중간 깊은숨을 내쉬기도 하고 주먹을 꽉 쥐기도 하고 긴장한 티가 팍팍 난다!

신경 안 쓰고 책을 읽으려 했지만 남자가 헛기침을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 계속 음! 음! 하는 남자. 


나는 이 남자가 중요한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라고 예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양복을  빼입고 긴장의 기운을 사방에 뿜어낼 수 없으리라.


마침 전날 편의점에서 샀던 홀스가 가방 안에 있다는 게 생각났다. 


'이 남자 계속 헛기침하는 거 신경 쓰이는데 쓰윽 하나 건네볼까'

'내가 하나 먹으면서 자연스레 하나 건넬까?'


여자였으면 좀 더 고민하지 않고


"드실래요?"


하고 줬을 것 같은데 괜히 남자니까 이상하게 볼까 싶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계속 헛기침하는 소리 신경 쓰이는데..'


가방에 손을 넣고 주섬주섬 홀스를 두 알을 꺼내고 손을 가방 안에 넣은 채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자는 내가 고민하는 사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다음 역에서 내렸다.


휴우~내가 다 긴장된다. 애꿎게 뜯은

사탕 하나를 입에 넣었다. 달큰한 사탕이 입에 들어가니 입에 침이 돈다.


'저 남자가 빨리 내려서 다행이야. 앞에 사람들도 앉아있고 사탕 주는 건 오바다.

게다가 남자가 "아니요 됐어요."하면 얼마나 민망하겠어?

'아 그래도 그냥 사탕 줄껄 그랬나..'


기침하지 말고 면접 잘 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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