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1_1110
며칠 전 한 기사를 접했다.
미국이 대 이란 제재를 부활시키자 국내 여러 은행들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이란인들의 은행 계좌를 정지시켰다.(미국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국비 장학생으로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초청돼서 장학금, 연구비를 받고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뉴스공장에서 그 이란 학생의 인터뷰를 듣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발음도 좋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한다. 목소리만 들으면 누가 이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게다가 서울대학교 박사과정이란다. 완전 엘리트 아니야! 이런 학생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러는 걸까.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까지 무차별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상황을 보니 국제관계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그들이 국내에서 소수니까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즐겨읽는 김동식 작가의 소설들이 떠오르면서 만약 김동식 작가라면 이런 뉴스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생각했다.
우리에게 바로 와닿는 상황으로 바꾸어 놓았겠지. 그래서 내가 생각한 소재는 성씨였다. 만약 숫자가 많은 김 씨 성을 가진 사람의 계좌를 모두 막는다면 김 씨들이 가만히 있겠어? 그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엔 수많은 성씨가 있지만 김, 이, 박이 가장 많지 않은가? 김, 이, 박, 최, 정~ 이런 순서대로 인구 숫자가 많은 순서대로 권력을 가지고 소수 성씨인 사람들은 아래 계급을 형성하는 가상의 사회가 생긴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취업을 할 때도 이 사람의 전공, 능력보다 이 사람의 성씨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면? 태어날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닌 성씨가 차별의 이유가 된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남성의 성씨가 소수 성씨라면 여자의 부모는 이 결혼을 결사반대하지 않을까? 소수 성씨를 가진 사람이란 이유만으로.
성씨를 불법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암암리에 생기지는 않을까? (영화 가타카처럼)
내 상상력은 여기까지다. 김동식 작가라면 결말에 헉. 하는 결말을 내놓겠지만. 더 이상 생각나지를 않네.
내가 상상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지금 한국 여러 은행들이 내린 결정이 내 눈에는 더 말도 말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