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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요즘 늦은 밤 퇴근하면 가끔 만나는 어린 고등어 냥이가 있다. 이날도 혹시나~ 했는데 길모퉁이에 빼꼼~ 얼굴 내밀고 있길래 닭가슴살을 뜯어줬다. 그러다 가게 앞 인도에 서있던 5-60대 남성이 음란행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를 본 건 아니고 길 쪽을 바라보며 자신의 흐물흐물한 물건을 신나게 사방팔방 흔들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 있던 나는 그 장면을 한참을 봤다. 저게 뭐 하는 건가 하고. 미친놈이네.. 하고 고개 돌려 고양이를 보면서 신고할까. 영상 찍을까. 고민하다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옷을 여민 상태였다. 애이. 신고 못하겠네. 하고 고양이가 닭가슴살 먹는 걸 좀 더 지켜봤다. 다시 그쪽을 보니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저렇게 문을 빼꼼히 열고 나를 똑바로 보며 다시 음란행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손이 열심히 움직인다. 갑자기 불쾌감이 확 치밀어 올라 너 신고다! 하고 보란 듯이 사진을 두 장 찍었다. 가게 간판이 잘 나오도록 찍었다. 이건 확실해! 그 남자는 내가 사진을 찍자 바로 문을 닫고 가게의 불을 껐다. 코앞이 지구대인데 변태라니! 당장 지구대에 가서 신고했고 진술서를 썼고 사진을 제출했다. 지구대에서는 경찰 쪽으로 넘긴다고 나중에 여성청소년과에서 연락이 올 거고 조사에 들어갈 거니 들어가라고 했다. 경찰관 두 분이 내가 진술서 쓰는 사이에 가게에 가봤는데 문이 잠겨있다고 하시더라. 당연하겠지. 내가 사진 찍으니까 불 탁 끄더만. 아무도 없는 것처럼 숨죽이고 있었겠지.
집에 와서도 분노가 풀리지 않았다. 그냥 야외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거 자체를 즐기는 변태가 아니라 내가 앞에서 알짱알짱 거리니까 그런 거냐! 하는 생각이 드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불쾌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기분이 더러웠다. 사진이 라이브 포토로 찍혀서 컴퓨터로 옮겨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보면서 스테빌라이즈까지 시도 해보고 그러다가 너무 흔들렸고 영상이 짧아 포기했다.
동영상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했다. 인도에서 하는 장면 영상만 있었어도!
저 사진을 한쪽에 프린트하고 오른쪽에 글을 적었다. 내가 고양이 닭가슴살 주던 곳에 서 있던 자동차. 딱 저 가게를 정면으로 보고 주차돼있던 자동차가 생각나 다음날 그 자동차 블랙박스 주인에게 내 편지를 전달해야겠다 생각했다. 근처 미용실에 가서 문의해봤는데 저 남자가 저런 짓을 한다는 걸 이미 알고 계셨다. 손님들도 여럿 봤고 꽤 오래됐는데 자기는 아예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이럴 수가. 한두 번이 아니구나. 상습범이구나. 그리고 물어물어 내가 찾는 자동차 주인의 딸을 만났다. 그분도 저 사람이 가게 안에서 저러는 걸 알고 계셨다. 나도 전날 목격했고 경찰에 신고는 했는데 혹시 몰라 블랙박스 녹화가 되었는지 확실한 증거를 찾고 있다 했더니 그날 새벽 경찰들이 와서 자기 아빠 차 블랙박스를 가져갔다고 했다. 세상에! 블랙박스에 그 장면이 녹화된 걸까?!
경찰이 이렇게 빨리 조사를 했을지 몰랐다.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현장에서 잡은 것도 아니고 저 흐릿한 사진 두 장과 목격담으로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하지 않을까. 그냥 경고로 끝나고 흐지부지 아닐까 생각했다. 솔직히 신고는 했지만 경찰을 신뢰하진 않았다. 대충 시간 끌고 넘어갈 줄 알았다. 처벌을 받게 하려고 진짜 증거!를 찾으려고 혼자 돌아다녔는데 내가 오버했네. 수사한다고 했으니 가만히 기다려볼 걸 그랬나? 가게 주변 상인들 몇몇에게만 물어봐도 저놈은 상습범이고 처벌받아야 마땅하단 걸 알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내 짧은 수사로 경찰이 진짜! 조사중이라는 사실과 저 남자는 상습범이다 라는걸 알아냈다.
공연음란죄는 최대 징역형 1년 또는 최고 500만 원 벌금형이라는데 어떻게 되려나. 처음 신고 당한 거라면 기소유예가 될까? 몇십에서 몇백 벌금을 받을까? 최근 뉴스를 보면 농구 선수도 , 방송사 저녁 뉴스 메인 앵커도 한순간 충동을 못 이겨 직장을 그만두고 은퇴하고, 세상 부끄러운데 뉴스도 안 보시나.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은 나와는 별개. 자신은 잃을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겐가.
솔직히 이런 사람들은 처벌보다 장기적인 치료가 앞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번 따끔하게 경고를 받던 벌금을 내건 그 충동 조절이 혼자서 가능한 일일까. 이 사람처럼 상습이면 더더욱 말이다.
공연음란죄를 검색해보면 지식인에 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처벌 안 받고 빠져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글이 수두룩한 걸 보면 너무 싫다. 자신을 아이 아빠라고 하는 사람, 대학생이라고 하는 사람, 공무원 되고 싶은 사람의 질문글을 읽었다. 자신은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게 믿고 있나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TNR은 길고양이가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해야하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T(포획)-N(중성화)-R(방사).
귀여운 어린고양이가 만나게 해준 성범죄자 그의 처벌만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