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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Nov 13. 2018

[이놈의 집구석 내가 들어가나 봐라]

미우나 고우나 가족이다

상처투성이 가족, 서로에게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가난하고 구질구질하게 만 느껴졌던 집구석을 벗어나려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노력했던 30대 아들, 왕따의 상처로 집에서 나오지 않고 은둔자가 돼버린 20대 여동생 백수, 남편 없이 아들딸을 키우기 위해 앞만 보고 살았던 청소부 엄마.


이야기 소재만 보면 '읽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한 이야기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처음에 생각한 것과 다르게 막상 읽어보니 따듯하고 희망찬 이야기가 많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물론 눈물 찔끔 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ㅠㅠ


이 책은 아들이 주도적으로 이루어낸 4년여간의 가족 자기계발의 과정의 기록이다. 글쓴이가 아들 한 명이 아니다. 엄마와 여동생도  각자의 글을 썼고, 서로의 글을 읽으며 댓글을 남기면서 서로를 이해해간다.


엄마의 글을 읽으면 눈물이 났다. 배우지 못하고 가난해서 육체적인 노동만 하고 평생 혼자 자식을 키우며 열심히 살았던 책 속의 아주매가 우리 엄마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왕따의 상처로 집에서 나오지 않고 고도비만이 된 딸의 모습을 보면 왕따 당하는 거에는 이유가 있다. 본인의 문제다.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했던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한번 위축된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은 어른이 되어도 쉽지 않고, 혼자서 극복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는 점. 그리고 성인이 되고 대학교에 가서도 똑같이 왕따를 당했다니 세상 밖이 두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디더라도 조금씩 노력하고 있으니 다행이고.


마지막으로 이 가족성장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부단히 노력한 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들의 글은 엄마와 딸의 글에 비해 다소 딱딱하고 딱 봐도 남자가 쓴 글 같았다. 

가족에서 벗어나려 노력했고 혼자 잘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발목 잡는 건 가족이었다. 가족이 제대로 서야 자기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책을 많이 읽고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족을 화목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엄마와 동생을 글쓰기의 세계로 이끌고 대화도 많이 하고, 동생과 엄마의 자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아들.

이렇게 가족성장을 위해 노력하게 된 계기가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였다는 게 애석하지만.

자기 자신을  어려운데 양 팔에 엄마와 여동생을 끼고 함께 걸어갔던 아들. 

책을 다 읽고 마음이 뭉클하고 따듯해졌다.

글쓰기 자체만 봤을 때는 엄마의 글이 가장 마음을 울리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중간중간 모모 남매가 그린 삽화가 더해져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에 재미를 준다. 댓글 읽는 재미도 있다. 가족이니까 툭툭 던질 수 있는 댓글을 쓰는 시니컬한 딸 모모, 무한 사랑과 무한 긍정의 아이콘 꿈야신 아들. 

가족문제로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우리 주변의 이웃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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