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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Feb 19. 2018

서평[무엇이든 쓰게 된다]

흑임자 김중혁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읽게 된 상황은 나비효과와 같다

퇴사를 하고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생전 가지도 않던 교보문고에서 당시 신간이라 매대에 있던 표지가 강렬한 빨간색이라 내 눈에 띈 이동진의 독서법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이 독서 초보인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듣기 시작했다
빨간책방에 흑임자라 불리는 김중혁 작가를 알게 되었다
목소리로만 만나게 된 김중혁은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그렇게 빨간책방을 통해 장난기 많고 재치 있는 작가 김중혁을 알게 되었다.
빨간책방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제작하고 있다. 빨간책방 시작부터 함께 했는지 중간에 스폰서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상관없다. 위즈덤하우스 블로그를 이웃추가했다. 
김중혁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새 책이 나오면서 독자와의 만남 영상을 봤다. 생각보다 잘생기고 지적인 느낌이라 당황했다! 상상 속의 김중혁은 촌스러운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촌스러운 아저씨 같은 이미지였다. 키가 작고 퉁퉁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흑임자니까 얼굴도 분명 검을 것이고. 작가의 실물을 보고 나니 갑자기 급 호감이 되었다. 계속 읽어보고 싶다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지만 신간 책은 도서관에서 당장 빌려볼 수가 없다. 그렇게 기회 되면 보게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빨간책방 시작할 때부터 계속 무엇이든 쓰게 된다 광고가 나오기 때문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위즈덤하우스 블로그에서도 주기적으로 이 책에 대한 포스팅이 올라왔다. 
 김중혁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참에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 읽어보고 싶어서 구입했다. 그렇게 말하는 김중혁이 아닌 글 쓰는 김중혁을 만났다. 


1. 창작의 도구들

김중혁 작가의 도구들을 소개하고 있다.본인이 직접 그린 귀여운 삽화도 포함. 많은 독자들을 만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가 보다. 사실 그렇다. 그림을 잘 그리면 무슨 붓을 쓰는지 물감은 어떤 회사 걸 쓰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이런 사소한 부분도 궁금하기 마련이니까. 김중혁 작가는 말 그대로 애플빠.였다.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아이맥을 사용하는. 책 중간중간에도 애플에 대한 찬양 어린 말들이 많이 나온다. 글쓰기 어플또한 그렇고!
김중혁 작가가 그림도 그리는지 전혀 몰랐기에 아니 이 사람이 이런 재주까지 있어? 하고 놀라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그림이 아이패드 프로를 이용해서 그렸다는 말에 괜스레 가지고 싶어졌다. 내가 태블릿이 있어도 그림을 그리지 않는 건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아이패드 펜을 사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돼 그만. 물론 지금 이 글도 침대에 편하게 앉아서 아이패드로 작성하고 있지만 화면이 2배로 큰 아이패드와 펜이 있다면 과연 내가 그림을 그릴까? 아니겠지. 
 중혁작가가 그림을 자연스럽게 그리게 된 것이 형이 미대를 나온 게 분명 영향이 있을 거다. 형의 그림 그리는 도구들도 봤을 것이고 그림도 봤을 테니까. 부담 같지 말고 무엇이든 관찰하고 그려보라고 말해주고 있지만. 그림과 아무런 연관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선뜻 그림을 그려보기는 쉽지 않다. 미대를 나온 나조차도 그림 그리기에는 소질이 없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도 그리지 않는다. 손으로 만드는 거나 컴퓨터로 만드는 걸 좋아하지 입시 때 빼고는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자신도 없고. 
 여하튼 김중혁 작가의 그림 실력에 놀랐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책의 삽화까지 그리는 모습이 좋아 보여 이 사람 매력적이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위트 섞인 글들은 빨간책방의 흑임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2. 창작의 시간
두 번 읽으면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과연 그런 걸까 한 번도 책을 두 번 이상 읽어본 적 없다. 한번 본 영화나 드라마는 절대 다시 보지 않는다 그냥 흘러버리는 게 나인데 최근 읽었던 박웅 현의 [여덟 단어]는 책은 너무 좋은데 방대해서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또한 너무 많은 사회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서 한 번에 흡수하긴 힘들었다. 이 두 책을 한번 다시 읽어볼까 큰맘 먹고. 책을 두 번째 읽어보는 시기는 어떻게 정해야 하지. 분명 처음 마음은 이렇다가 계속 새 책만 읽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최근 들은 지난 빨간책방에서 김중혁 작가는 자기는 필사는 절대 못하겠고 자기랑은 안 맞으니 맞는 사람만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동진은 필사를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정이 있다고 했고. 글쓰기 훈련에서 필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니 유시민 작가가 필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강의가 떠올랐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나 또한
'필사는 죽어도 못하겠다. '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 2번 읽기는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 분명 한번 읽었으니 읽어내려가기 쉬울 것이고 정말 처음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다른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도전해보기로 한다.


3. 실전 글쓰기
솔직하고 정직한 글은 무조건 좋은가

작가 자신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최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 정리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갑자기 퇴사하면서 무슨 바람이 불어서 글을 쓰겠다고 내 이야기를 써서 책 만들어 보고 싶다고 갑작스레 생각했었는데 내 이야기를 가지고 써봐야지 하고 생각을 해보니 내가 어디까지 솔직하게 적을 수 있을지, 어디까지 있는 그대로를 적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너무나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고 우리 가족이 연결되어 있는 일. 내 친구, 내가 욕하고 싶은 내가 다닌 회사들.
내가 나를 돌이켜보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는 거라면 혼자 볼 거니까 무슨 말을 써도 앞뒤가 안 맞아도 표현이 세고 거칠어도 상관없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본다는 가정하에 써야 한다.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에도 그렇게 나와있어서 내가 좀 더 공부하고 정리를 하고 정리된 마음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전 책이나 글에 관심도 없다가. 이제 와서라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어디야. 책 읽는 나조차 기특하다. 혼자 생각했었다. 부담 없이 시작하고 있지만 조금씩 글쓰기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지금처럼 선뜻 책 내야겠다 생각 못할지도 모르겠다. 17년 글을 써온 소설가도 글쓰기가 때때로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내긴 내야겠지. 지금은 그것을 하기 위한 자발적 트레이닝이다.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다

빨간책방에서도 느꼈지만 김중혁 작가는 문단에 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것 같다. 한문단에 몇문장이 있는가. 어디에서 문단을 바꾸는가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내용이 달라지면 문단을 바꿔야한다고 어렸을때 배운것 말고는 크게 지식이 없는 나는 최근 글을 쓰면서 조금 신경써보고 있다.        

  

4.실전 그림그리기

재주가 많은 김중혁 작가의 웹툰을 볼 수 있다. 갑자기 종이 질이 갱지? 같은걸로 바뀌었는데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을 이용해서 이 그림을 다 그렸다고 한다

우리의 임무는 세상을 정리정돈 하는게 아니다. 더어지럽게, 더 헝클어뜨려서 더많은 것들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마음껏 어지르자.

그래 마음껏 어지르자. 


5.대화 완전정복

이거 모야! 갑자기 수능시험보는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다양한 책들에서 지문을 가져와서 빈칸에 들어갈 뭄장을 찾아보는 그야말로 시험지다. 수능에는 나오지 않을 지문들이지만 김중혁 작가가 문제뒤에 문제해설을 하고 답을 알려준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이런식으로도 할 수 있구나.  책의 뒷부분에 갱지? 로 되어있는 4. 실전 그림그리기. 5. 대화 완전정복 부분은 부록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하면 글 잘쓴다. 라는  느낌의 책은 아니다. 나도 이렇게 고민하고 때때로 어렵고 하다. 하지만 여려분들 보다는 내가 조금더 많이 글을 써왔으니 내 생각들을 공유해볼께. 라는 느낌으로 자신이 독자들에게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어려워 하지마 일단 첫문장이라도 써보자. 캔버스에 빨간 선을 그려보자. 독려해주는 느낌의 책이었다. 김중혁작가는 원래 소설가인데 이 책으로 처음 접해서,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 
 책에서 자주나오는 인용글을 초록색 글씨로 적어놓았는데 왜 모든 책이 흰종이에 검정색 글씨 인지 알 수 있었다. 초록색 잉크는 잘 안보이고 눈이 아팠다. 이 부분만 제외하면 즐겁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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