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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Feb 21. 2018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서평 [나는 냥이로소다]

 책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하얀 고양이가 귀여움 뿜뿜 하고 있다. 표지의 지은이를 보고 당황했다. 고양이 만세 지금. 반려인 신소윤 옮김. 고양이가 쓴 책을 내가 읽어보게 되다니. 생선보다는 고기를 더 좋아하는 특이한 고양이 만세가 치와와 형님 제리와 반려인1(엄마)반려인2(아빠) 그리고 그의 딸 지우와 함께 살면서 적어내려가는 육아와 가족, 그리고 인생 이야기이다. 
우선 발상이 재미있다. 집사의 입장에서 내가 고양이를 이렇게 만났다. 내 고양이는 특징이 이렇고 이렇다. 너무 귀엽다.>_< 이런 느낌이 아니라 뭔가 해탈한 듯한 이 쿨한 고양이에 빙의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진짜 원고는 반려인1(엄마) 인 한겨례 기자가 작성한 것이지만 만세가 쓰고 자신은 옮기기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라고 하면 일단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으니 글이야 잘 쓰겠지 생각했다. 본업은 딱딱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겠지만 만세에 빙의하는 글쓰기(칼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로 창작욕구를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고양이 입장에서 관찰하는 인간의 모습인지라 막상 표현하기엔 무거운 주제 반려동물의 죽음, 맞벌이 부부의 육아, 바쁜 현대인 등의 이야기들을 고양이의 시각으로 써 내려가고 있으니 새롭게 다가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유 야적 멍 때리기를 하며 살아가는 고양이 입장에선 인간은 너무 바쁘고 분주하다. 인간들을 바라보며 모 그렇게 걱정 많고 바쁘게만 사는 거니. 인간들아~ 하고 말하지만 이 말은 진짜 이 책의 저자 반려인1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겠지.  
 처음에는 발상이 신선하네 재미있다. 하고 읽어 내려가다가 마음이 무겁고 짠한 순간들도 있다. 반려인1반려인2 이 부부가 신혼 때 크리스마스이브날 애견샵에서 입양한 톰과 제리. 두 마리 중 고양이 톰은 몇 개월 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고 치와와 제리는 태생부터 몸이 약하고 합병증으로 인해 한쪽 눈도 안 보이고 평생 투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애견샵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면 안 된다는 사실은 나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개공장. 이런게 있다는 것도 개통령 강형욱님의 강의를 통해서 최근에나 알게 된 일이고. 

 작가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한 마음에 고양이의 시선으로 글을 쓰게 된게 시작이지만. 점차 길고양이 문제라든지 강아지공장 문제, 다르게는 동물원의 동물들 문제까지 다방면으로 동물들과 생명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사람이 되었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길고양이들이나 애견샵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블로그에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를 추가하고는 있지만 한 번도 적극적으로 행동해 본적 없고 그저 보기만 하고 있다. 예전에는 유기견 보호센터 봉사라도 가볼까 했었다. 파상풍 주사까지 맞고 가봐야지 했지만 생각에만 그치고 말았다. 집 앞에서 길고양이들 밥을 주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웃집에서 싫어해서 지금은 밥을 주지 못하고 있고 요즘에는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겨울이라서 그럴까.
 고양이들 밥을 주다가 못주게 된게 아쉽고 미안해서 나중에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 집 마당에 급식소를 차리면 아무도 모라고 안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고양이는 박스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중간중간 그려져 있는 삽화가 위트 있고 귀엽다. 또 만세와 제리의 사진을 보는 것도 즐겁다.

 코리안 숏헤어와 터키시 앙고라 부모를 둔 만세. 만세를 잘해서 만세라고 붙여졌다는데 글만 읽어서는 고양이가 앞발을 들고 만세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게 반려동물 아니겠어. 사진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행복해지는 걸.


 작았던 아기가 이렇게 커버리는 시간까지 함께 하고 있는 반려동물. 태어나서부터 복실복실 털이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와 사는 기분은 어떨까 이 아이는 외동딸로 보이지만 이미 오빠 두 명이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 털 많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함께 살기가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가능한가 보다. 이 집에는 다양한 청소기가 엄청 많고 날마다 털과의 전쟁을 한다고 하니 인간,강아지,고양이 자식 셋을 키우는 일이 쉽지 않겠다.
  
 나도 거북이 세마리와 몇 년째 함께 살고 있지만 거북이는 개나 고양이 키우는것 만큼 손을 많이 타지 않고 잔병치레도 없다. 사료 잘 먹이고 가끔 간식 주고 물만 잘 갈아주면 된다. 가끔 해가 좋으면 거실이나 베란다에서 일광욕을 시켜주거나. 겨울에는 물이 차니 안쓰러워서 방에서 재우고 물에 들어가고 싶다고 그러면 물에 넣어주고, 딱히 놀아주거나 산책을 시켜주지 않아도 된다. 애교도 없고 딱히 나를 좋아서 따르지도 않는. 이런 무뚝뚝이들한테도 애정이 샘솟는다. 내가 오히려 항상 말을 걸고 뽀뽀하고 이쁘다고 너무 귀엽다고 매번 말해주면서 그렇게 같이 살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느껴지는 그 따듯하고 사랑이 넘치는 기분은 나에게  행복감을 준다. 반짝이는 거북이들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짜르르 간지러운 무언가가 가슴에서 시작해서 온몸으로 퍼지는 기분이 든다. 볼 때마다 계속 그런 기분이 똑같이 드니 신기할 따름이다. 
 밥 잘 먹는 모습, 잠자는 모습이 제일 이쁜 우리 거북이들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마음속에는 보들보들 털이 있고 애교 있는 고양이나 강아지도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렇게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고양이 키우는 기분을 느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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