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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Mar 19. 2018

프레드릭이 밉다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그림, 글 /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수업시간에 보여 주셨던 프레드릭 어린이 동화. 각자 5점 만점에서 점수를 매기고 가장 높은 점수, 가장 낮은 점수를 준 사람에게 점수를 그렇게 준 이유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외에도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나는 3점을 줬지만 내 기준에서는 엄청 짜게 준거였다. 사실 이 동화를 보고 불쾌해지기도 했다. 솔직하게 말했으면 1점을 줬을지 모른다.
 한 이야기를 보고도 이렇게 극과 극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속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의견들을 경청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내 생각을 정리하지도 말하지도 못했기에 왜 내가 이 동화를 보고 불쾌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연상케하는 이 동화는 마지막에 급작스럽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아무 일 안 하고 빤빤히 놀아 보이지만  프레드릭은 시인이었고 남다른 쥐였다. 막연히 개미와 베짱이의 결론으로 상상하고 있었는데. 결론을 보고 당황했다. 하지만 나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하지 않는 프레드릭의 모습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일하는 다른 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 것이다.
'프레드릭 저 녀석은 항상 말만 번지르르해. 우리가 힘들게 모아놓은 음식들을 축내면서.'
나는 이런 입장이었다. 

 내가 순수미술 전공을 해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대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란 것이었다. 작가적 소양과 역량도 중요했지만 언제 내가 작가가 될지, 될 수는 있을지, 졸업을 하고 작업을 하려면 수입은 없고 재료비와 생활비가 드는데 그것 자체도 부담스러웠다. 작가 생활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하고 작업 제작비도 충당할 수 있을까. 집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작가를 하는 거다. 나는 작가가 적합하지 않다. 그럴만한 여유도 없다.라고  생각을 하고, 작가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사실 모든 건 다 핑계다. 나는 순수 작가를 하기엔 생각이 남다르지도, 스킬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시인이 되고 싶은데 포기하고 열심히 일하기로 마음먹은 다른 쥐가 있다면 그게  내 모습일 거다. 그래서 프레드릭을 보니 배가 아프고 질투가 나서 밉다. 

내 관심사가 작가 쪽보다는 영상/디자인이라 자연스럽게 디자인 쪽으로 취업하고 지금까지 이 일이 적성에 잘 맞는다 만족하며 살아왔지만 내면에는 순수미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의 마음이 공존한다. 이런 마음은 살면서 드러나지 않았던 감정이다.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단 게 현재 내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는 게 최선이겠지.  



프레드릭 동화가 담겨있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w6l6xuTj4U&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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