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좐느 Mar 29. 2018

미스터리 장르도 아니면서..  오직 두 사람 [김영하]

0329 (D-13)

미스터리 장르도 아니면서.. 


100일 글쓰기 수업에서 이 책에 들어 있는 단편 [최은지와 박인수] 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어서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었다. 김영하? 누군지 몰랐는데 책날개에 있는 사진을 보고  "이 사람 어디서 많아 봤는데.." 했더니 친구가 "알쓸신잡에 나오잖아" 하고 말했다. 

 아.. 나는 유시민, 황교익, 정재승, 유희열. 다 알고 있었는데 김영하 작가만 모르고 있었구나. 내가 소설 쪽은 전혀 읽지 않았던 사람이어서.. [알쓸신잡] 남자들의 지식 대방출 수다 타임. 이런 프로그램이라 그냥 틀어놓으면 소소하게 재미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말이 많은 프로그램은 피로할 것 같다는 생각에 보지 않았다.     


설경구 주연의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의 원작을 쓴 사람이란 것도 책날개를 보고 알았다. 하지만 그 영화도 보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그저 유명한 작가구나. 하고 읽어 내려갈 뿐이었다. 장편소설에 비해서 단편 모음집은 부담 없이 읽기 좋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나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 책이 그랬다. 미스터리 장르도 아니면서 어쩜 그렇게 알쏭달쏭하게 끝이 나는 건지 마지막을 읽고 이렇게 끝나다니 헉! 하고 놀라기도 했고 으잉? 뭐지! 하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에 몇 장 나와있는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야 책 속에 담긴 7편의 이야기가 7년 동안 썼던 단편들의 모음집 이란 것과 몇몇 소설은 유명한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이야기가 쓰인 순서와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면서  세월호 이후에 쓰인 [아이를 찾습니다]부터 자신의 삶이 둘로 나뉘었다고 적혀있다.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거겠지. 이전에 쓴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는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 사장 등 작가 본인과 가깝게 접하는 출판계 사람들이 주로 나오고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그 이후로는 내용과 화자가 다양해진 것 같고 이야기가 좀 더 비극적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책 속의 이야기들이 하도 알쏭달쏭해서 몇몇 블로그 서평들을 훑어봤는데 내가 알고 싶은 확실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니 좀 더 알쏠달쏭하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살짝 낯 뜨겁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옥수수와 나 를 읽으면서) 누군가는 외설적이라는 표현도 썼다. 성적인 묘사가 이야기 속에 나와서 놀라기도 했고(이런 묘사가 나오는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한편을 읽으면 빠르게 읽힌다. 몰입도가 높았다. 재미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죽음, 섹스, 살인, 불륜, 유괴, 감금 등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다. 읽고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읽고 나서 보니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들, 센 이야기들이었다. 어떤 이야기 하나 말끔한 기분으로 끝나지 않고 어딘가 찝찝하게 의문투성이로 끝이 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오직 두 사람] 과 [신의 장난]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들은 남성이 화자로 나온다. 남성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작가가 남성이라 그런지 남자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딘가 모르게 무뚝뚝하기도 하고 거친 느낌이다.     


  작가의 많은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 책 한 권만 읽어보고 느낀 작가 김영하는 독특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이야기가 싫은 것도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정말 좋지도 않은. 이건 무슨 기분인 걸까. 작가의 다른 이야기들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레드릭이 밉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