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좐느 Nov 21. 2018

스산했던 입시의 추억

 D45_1115

수능 전날, 친구와 내일이 수능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를 조금씩 먹다 보니 주변에 수능 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랑은 좀 더 멀게 느껴져서 긴장감 없는 수능이다. 

삼수나 했냐
 나는 수능을 세 번이나 봤다. 자랑은 아니지만 삼수를 하고 나서야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고3, 재수 때 어디라도 붙었으면 그 학교를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원서 낸 모든 곳에서 떨어졌다.ㅋ
 예체능 전형이었던 나는 실기가 문제라 떨어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수능 공부는 적당히 8배수에 잘리지 않는 정도로만  유지했다. 물론 나름 공부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안 올랐다. 하나도!
 정원의 8배수 안에만 들어가면(250명 정도?) 그 후로는 실기로 뒤집을 수 있는 미대입시였다. 여러 명의 교수님이 채점하는데 모든 교수님들께  A 이상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 그랬나? 그런 입시를 했다. 지금은 그 학교가 신입생 뽑을 때 실기를 안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이 달라졌구나.. 생각했다.  지금 내가 수험생이 돼서 입시를 한다면 그 학교를 갈 수 있을까? 지금이었다면 다른 곳을 지원했겠지만.

겨울특강은 끔찍해
 다른 친구들은 수능 끝나고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의 시간은  슬렁슬렁 학교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쌍수도 하고 고3 마지막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이지만(대학에 붙든 떨어지든 수능은 끝났으니까!) 나같이 예체능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수능이 끝나면 지옥행 열차를 탑승해야 했다. 하루 종일 미술학원에 있어야 하는 추운 겨울. 으으. 그걸 3년이나 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의 암흑기,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던 시기였다. 인생의 목표, 최대 과업이 대학입시 밖에 없었고 그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내 의지로 삼수까지 한건 맞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이 내 마음은 맞지만 내가 왜 그렇게 맹목적으로 특정 대학만 고집했는지 생각해보면 그 생각은 내 생각이 아니었다. 나에게 조언을 해줬던 어른들의 생각이었고 사회 분위기의 생각이었다.  

"하나야, 너는 대학 가면 작업 정말 잘할 것 같아. 넌 너만의 세계가 확고하니까 ^^."
욕이었을까 칭찬이었을까. 내가 좋아했지만 꽤 무서웠던 학원 강사쌤은 삼수인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 진짜 선생님 말을 안 들었다. 들으려고 하는데도 잘 안되는.. 그러니까 삼수했겠지만.

3번의 수능
첫 수능은 누구나 떨리고 긴장되는 건 사실, 재수 때까지만 해도 떨렸던 것 같다. 그런데 3번째 수능이 되니 전혀 떨리지 않았다. 이미 대학교 2학년이었던 동네 친구들이 수능 보는 날 학교 앞까지 배웅해줬던 기억이 난다. 3번이나 수능을 봤는데 성적은 셋 다 고만고만했다. 재수 때인가 중간에 수능 방식이 달라졌는데, 사탐이 과목 개수가 늘어나고 선택으로 바뀌면서 경제, 사회문화 이런 과목도 혼자  EBS 보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사는 이유
 삼수를 할 때 나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붙지 못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생각했었다. 방법도 생각해보고 그랬다. 그런데 다행히 붙어서 지금도 살고 있다.
성적 비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의 기사를 종종 접한다. 그런데 멀리 떨어져서 보는 사람들은(어른들은) 그 학생의 어리석음이 이해되지 않지만 그 안(우물 안이라고 하자) 우물 안에 있을 때는 이곳이 세상의 전부, 내가 사는 이유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때는 무지했다. 내가 지원하는 대학과 전공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맹목적이었달까? 막연한 환상도 컸다. 모든 내 욕망은 대학 가면 해. 대학 가면 할 수 있어. 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대학 가면 살 빠져. 대학 가면 남자친구 생겨. 모 이런 거? 하고 싶은 일을 전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환상.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클 수밖에 없던 대학교. 전염병처럼  퍼지는 방황하는 2,3학년. 그렇게 대학시절도 흘러갔다. 

과거는 과거일 뿐
 살면서 난 조소과가 아니라 디자인과를 갔어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도 많았고, 이왕이면 서울대를 갔어야 했나.(내 맘대로?)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과거는 바꿀 수도 없는 거 알면서.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걸 알고 있으면서.
그리고 대학이 내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는 진짜 부질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랜만에 책을 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