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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에세이] 1월호

by 좐느

2019년 1월자 월간에세이를 구독해봤다. 1987년!부터 발간한 월간 에세이는 정통 에세이를 싣는 '장르 문학잡지'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우리들의 인생을 담은 잡지로 한국 문인에서부터 문화예술인 정치인, 언론인, 의료인, 학자, 교육자, 방송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인사들의 인생 연륜을 '에세이'에 담았다.

책이 얇고 가벼운 편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읽기 좋다. 왔다-갔다-왔다 하루 반 정도에 다 읽어버린 월간 에세이.

월간 에세이를 보고 느낀 점은 진짜 '연륜'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글쓴이들의 느낌이 그렇다. 나보다 좀 더 삶을 살아본 어른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세대 차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지금의 나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몇 명인지 이름이 뭔지, 어린 친구들이 쓰는 약어, 은어들은 알지도 못하고 관심이 없다. 한두 번 내가 너무 늙은이 되는 거 아냐? 하고 익혀보려 했으나 잠깐뿐이었다.

대신 나이가 들면,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면 어떤 기분일지 어떤 게 관심사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 더 궁금해졌다.

지나온 시간은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중년, 노년은 앞으로 다가올 문제니까.

1월 호는 교수님, 작가, 시인의 글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였는데 중년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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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시집보내고 쓴 엄마의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좀 쓰려왔다.

딸이 결혼해서 내 품을 떠난다는 사실이 섭섭하지만 아예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돌아올 기약 없이 살게 됐다.

아쉽고 속상한 마음도 있었지만 부모가 아닌 개인으로는 좀 더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된다.

문득, 시집 안 가고 집에 얹혀살면서 엄마에게 배고파 밥밥!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같이 이렇게 사는 게 효도가 아니라 시집을 가는 게 진짜 효도인가?

어떤 엄마의 글을 보니 고민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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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 남짓의 세상. 이 글은 운전면허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택시를 많이 타는 글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다.

택시.. 택시라는 단어는 사실 나에게 즐거운 이미지는 아니다. 최근 있었던 택시파업도 그렇고, 운전하다보면 무법자처럼 운전하는 차는 상대적으로

택시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택시운전 기사가 그런게 아닌 걸 알면서도 안좋은 기억만 강하게 남아 있지만 또 이렇게 훈훈한? 글을 보면 유독 친절했던 노년의 기사님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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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발굴단에 나와서 유명세를 탄 이수의 인터뷰가 담여있다. 어린 아이에게 영재라는 말은 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도 영재라 부르고 싶지 않다. 영재라는 단어는 부모들이 좀 더 듣고 싶은 말이 아니겠어?

이수는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 그림을 그리게 된 생각, 글,이야기가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학교를 다니지 않고 제주도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흔들리지 않고 잘 자라서 행복한 예술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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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산책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봤다.

창덕궁 후원이 일반인들에게 오픈되고 예약해서고 둘러볼 수 있을 때 엄마랑 함께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나 아무 때나 들어가 볼 수 없는 창덕궁 후원.

그 후원에 대한 이야기와 역사 등이 적혀있는 책인데 언뜻 보면 사진을 포토샵 필터로 보정한 건가 싶은 삽화를 발견했다.

근데 그림 오른쪽 밑에 '희철'이라고 쓰여있는 게 글쓴이와 동일하자나? 대학교 교수님인데 전공이 안 나와 있어서 아니 무슨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신대? 하고 찾아보니 건축과 교수님이었다.

펜담채화로 전시도 하고 책도 내신 분이었다. 어반스케쳐라는 책을 구입할 정도로 이런 그림이 좋은데 정작 나는 노트와 고체 물감을 사도 그리지 않았다. 그림만 봐도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일 것 같다. 우리나라 풍경이라 더 좋았고 나도 휴대폰으로 사진만 담지 말고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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