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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Feb 14. 2019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나보다 독서 인생이 긴 친구가 강력 추천해서 읽어본 이슬아의 만화+에세이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제목 잘 지었네. 생각했다. 너무 슬프지 않을까 우려되는 제목이었지만 의외로 표지가 발랄했고 내용 또한 유쾌한 부분이 많아 출퇴근 지하철에서  피식거리며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깔깔거릴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고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이슬아의 글과 그림이 사람 마음을 울렁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자신과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슬아도 이슬아지만 그녀의 엄마 복희씨도 매력 있게 보였고, 모녀지간에 진짜 거리낄 게 없는 사이구나. 우리 집과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도 솔직하고 둘이 비슷한 또래 친구 같아 보인다. 모녀지간의 거침없는 성 이야기와 더불어 엄마 앞에서 담배 피울 수 있는 딸이 우리나라에서 몇이나 되겠어.  



친구가 너무너무 재미있다며 표지를 딱 찍어서 보내는데 이슬아? 나 이슬아 아는데.. 이름만.

작년 초 100일 글쓰기 수업을 했을 때  단체톡방에서 언급되던 인물이 여럿 있었다. 강원국, 김동식, 그리고 이슬아였다. 일간 이슬아라고 에세이를 매일매일 보내주는 걸로 유명해졌다고 했다.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세상에! 사진들이 하나같이 옛날 감성의 사진들이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애가 맞아? 싶었다. 그녀의 글은 한자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어차피 신청 마감이라 당시엔 볼 수도 없었다)

글은 읽지 못했지만 사진만 봐서는 매우 독특한 애다. 어린애가 수완이 좋구만! 이러고 흘려버렸다. 



 해가 바뀌어서 다시 보니 그동안 썼던  에세이를 독립출판으로 책을 냈다. 책은 본인 에세이 한 권이겠지만 당당히 자신을 '일간 이슬아' 발행인, '헤엄출판사 대표'라고 자기소개에 적어놓았다. 딴지를 딴지그룹이라 하고 자신을 총수라고 부르는 김어준 총수가 오버랩됐다. 그리고 몇 년 전 웹툰 사이트에 연재하던 만화는 문학동네에서 책으로 나오게 됐다. 문!학!동!네!라니. 내가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 책이 죄다 문학동네라서 문학동네가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의  소속사 같은 느낌인지라 이 책이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이라고 하니 괜히 이슬아가 부러워졌다. 뭐 이렇게 자잘 자잘 샘이 많은지 나는.



시기심을 가득 품고 책을 넘긴다. 애가 그림도 잘 그리네. 너무나 솔직, 담백, 그리고 무덤덤? 한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역시 떡잎부터인가. 책 뒷부분에 실린 한겨레 손바닥 문학상 수상작 [상인들]이란 글은 참으로 좋았다. 참말로.

 친구가 이슬아는 누드모델을 했다더라라고 말하는 순간. 누드모델을 그리고 만들었던 대학시절로 소환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만났던 몇몇 누드모델 얼굴과 몸이 생각났다. 애가 특이하구나. 돈이 필요했나.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녀는 돈이 필요했고, 대학을 다니면서 누드모델을 하고 돈을 벌고 글을 썼다.

 '상인들' 글을 통해 보는 누드모델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는 게 민망하다는 감정을 넘어서는 일들이 많았을 거라는 걸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상처받을만한 상황들을 어렷 접하지만  그 서러움을 잘 털어버리고 지냈구나. 내가 20대 초반 학교와 집만 오가고 대중이나 예술을 운운하며 이상을 좇으며 살던 시절을 이 애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본 점에서 내 다음 대운이 그렇게 좋다기에 그 대운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보려는 참이다. 친구에게 난 42세 대운을 준비한다! 했더니 아니라며 넌 대학 들어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대운이야. 그러는데 아니야 나도 20대 때 얼마나 꾸질꾸질 치열하게 살았는데!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도 평탄하고 무난한 삶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는 현재의 나 기준으로 재평가된다지. 내가 지금 괜찮은 걸 보면 과거의 나도 꽤 괜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과거는 들춰보면 어느 정도 후회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슬아. 이 친구 글을 읽으면서 나도 함께 어린아이에서 청소년으로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내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왜 이슬아처럼 엄마와의 추억이나 엄마가 어린 시절 나에게 했던 이야기 같은 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거지?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생각이 나지 않는 걸까? 내 뇌 안쪽 어딘가엔 들어있을 텐데. 진짜 이슬아 책 속의 표현처럼 지독한 짠순이들만 글을 쓸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내 마음속 남녀 신인상은 이슬아와 김동식에게 주기로 했다. 그녀의 에세이집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책에서 읽은 내용과 조금씩 다르다. 책을 내면서 좀 더 퇴고를 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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