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좐느 May 05. 2019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나답게살기

출판사 위즈덤 하우스는 빨간책방도 하고 있고 (요즘은 잘 못 듣고 있지만) 흥미로운 책들이 많이 또 자주 출간되는 터라 블로그도 추가해서 보고 있었는데  제목이 눈에 띄는 책이 새로 나왔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레즈비언 여성들 이야기인가 했었다. 여성 둘이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고 거기에 we love. 그렇게 생각하기 충분하지 않은가? 요즘엔 당당한 레즈비언 커플도 있구나! 생각했는데 작가 두 분의 인터뷰를 보고 아니란 걸 ㅋㅋㅋㅋㅋ 알았다. 


그리고 나랑 성이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김하나 작가 머리도 짧고 목소리도 중성적이라  혼자 괜히 오해했다. 두 분은  뭐랄까. 친구이자 동거인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가족이다. 지금 시대에 새로운 방식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보신다면 나이 찬 처자들이 결혼 안 하고 둘이 산다고 쯧쯧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공유 오피스, 공유 하우스 이런 것도 많이 하고 있고  새로운 방식의 공동 거주를 하는,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선례를 보는 기분의 책이었다.

나랑 비슷한 나이대 일 거라 생각했는데 좀 더 언니들이었다. 그리고 내 기준에선 능력 있는 전문직 여성들로 보인다. 결혼을 안 했건 못했건 그건 중요치 않다. 나 또한 삼십 대 중반이 꺾이면서 ㅋ 내가 결혼은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애매~ 하다. 나는 과연 결혼을 안 한 걸까. 못한 걸까?


책은 같은 지역(부산)에서 태어난 동갑내기에 대학교도 같은 학교를 나왔지만 전혀 서로를 모르고 살다 우연히 만나게 된 죽이 잘 맞는 친구. 그 친구와 거금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해서 사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다 문득.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왜 내가 읽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가 나 또한 세간의 기준에선 나이가 찬! 미혼 여성으로서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 남의 이야기지만 공감이 간다는 게 이런 책. 에세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책을 읽는 이유겠구나 생각했다.

여자 친구들끼리 집을 구입하고 꾸미고 각자 키우던 고양이 2마리씩 합쳐 총 여섯 가족이 사는 이야기는 두 명 중 한 명이 남자로 바뀌어도 크게 달라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아무리 서로 죽이 잘 맞는 친구라 할지라도 같이 살게 되면 서로 너무 다른 점! 을 알게 되고, 한 명은 미니멀 라이프에 정리 정돈 잘 하고 사는 사람 한 명은 다다익선! 쇼핑을 좋아하고 물건을 여러 개 쌓아두고 사는 사람. 그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건 비단 결혼생활하고 다르지 않아 보였다. 물론 내가 결혼을 해 본 건 아니지만 말이다.



책의 주제라고 해야 할까. 핵심은 맨 앞에 나와있다. 왜 둘이 함께 살게 되었는지 결혼을 해야만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건지 솔로는 결혼하기 전까지 혼자 자취라는 것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보고 둘이 합치면 (그게 꼭 남녀의 결혼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쾌적하고 넓은 집에서 사는 건 모든 자취인들의 로망 아니겠는가. 어지간히 넉넉한 형편 아니라면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자취하는 삶은 녹록지 않다. 나야 물론 자취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 캥거루 주머니에 들어가 살고 있지만 자취하는 친구들 보면 그렇더라. 그녀들이 꿈꾸던 욕조를 설치한 집에 살게 되었다는 부분을 봤을 때 나도 격한 공감을 했다. 나도 괜히 욕조 로망이 있어서. 욕조 있는 집에 살고 싶다. 요즘은 욕조 없는 집이 좀 더 많겠지만. 욕조는! 나에게도 로망.



밝음을 선호하는 황을 위해 밝은 집을 고르고 인테리어도 밝게 꾸민 집. 둘 다 책을 좋아해서 tv의 비중보다 거대한 책장이 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고양이 4마리와의 동거! 고양이 키우는 걸 나도 선망하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 나에겐 거대 거북이 세 마리가 있으니까 ㅜ

그리고 나도 최근에 망원동 친구 작업실 더부살이를 시작했는데 이 책의 작가들도 망원동 쪽에 살고 있고 망원동에 친구가 하는 음식점, 자주 가는 커피숍 이런 거 슬쩍 슬쩍 알려줘서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_+/

맘에 맞는 친구랑 함께 살고 또 친구들이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건 진짜 큰 복이다. 스스로 만든 복. 어렸을 때야 한동네에서 나고 자라 학교도 같이 다니고 그냥 나와라 놀자~ 떡볶이 먹으러 가자~ 하면 되지만 나이 들고 각자 결혼을 하고 지역이 멀어지니 얼굴 보기 쉽지 않은데 절친한 친구들과 한동네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결혼 안 해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울 듯. 이 책을 보면서 이 언니들 결혼은 점점 멀어지겠구나.ㅋ 이런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책에서 언급한 대로 결혼을 해도 미래가 불안정하고 고민 많은 거나 미혼으로 불안정한 거나 다 똑같다는 그게 꼭 솔로라서 그런것 만은 아닌거라고. 현재의 내 행복과 안정을 추구하는 모습. 그런 게 좋아 보였다.



책을 위해 약간 연출한 듯 보이는 다소 오글 거리는 사진이지만 ㅋ 일반적인 신혼집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거대한 소파+ 거대한 tv가 아닌 그런 공간.



그나저나 고양이 4마리면 털이 엄청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도 고양이는 귀여우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마짱_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밋어지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