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장편소설
소설속 세상은 참혹하지만 따듯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하맨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 작가의 신작
이런 광고 카피가 작가는 부담스러울까? 어떤 기분일까. 하지만 그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사하맨션을 읽을 가능성도 희박했을거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는 [82년생 김지영]을 쓴 작가가 쓴 소설이야. 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을 구입하는데 알라딘 굿즈 사하맨션이 그려진 변색 머그컵도 한몫했지.
사하맨션은 가상의 도시국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한 기업이 도시를 인수했다. 타운이라 불리는 이 도시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타운에 거주하는 상위계층 L과 2년 단기 체류권을 가진 L2, 그리고 거기에도 속하지 못한 타운 밖의 사하가 있다. 이 가상의 도시가 생기고 발생하는 일들을 현재, 그리고 30년 전 이야기까지 타운 그리고 사하맨션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조남주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게 2012년 3월이었다고 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쓰기 이전부터 구상해 왔을 수도 있겠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나온 소설이다. 세계관을 초반에 접하고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다 L은 정직원이고 L2는 2년 계약직, 사하는 단기 근로 일용직이구만..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라고 소설 속 그곳과 다르지 않았다. 소설에는 세월호를 연상케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나비혁명은 민주화 운동 및 촛불집회가 연상됐다.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야기 속에 우리 현실도 담겨있다.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차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독재.. 난민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작가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나 보다. 배를 타고 건너 사하맨션으로 오는 장면은 그렇게 생각하기 충분하다.
딱히 누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없다. 처음엔 701호 진경이 주인공일 거라 생각했는데 사하맨션에 거주하는 도경, 사라,이야, 은진, 꽃님이 할머니, 우미, 그리고 관리실 할아버지까지 맨션에 거주하는 사하들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진경의 역할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각각 챕터마다 해당 제목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하나같이 이야기가 씁쓸하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어둡다. 어두울 수밖에 없는 계급 사하. 책을 다 읽고 울적해서 혼났다.
현실이 이렇게 참혹한데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따듯한 게 아이러니한 소설이었다. 현실은 힘들지만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사하맨션 사람들을 보니 더 우울.. 소외받은 사람들끼리 물고 뜯고 싸운다면 이 소설이 만들어질 이유도 없었겠지.
"패배한 것처럼 보일지언정, 당장 눈앞에 있는 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걸 믿는데, 그 이야기를 소설에 담고 싶었어요."
전체적인 내용은 우울했으나 조남주 작가는 희망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소설 마지막에 다 보여주진 않지만 긍정적인 결론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하지만 우울한 과거와 현실만 한가득 담긴 소설은 마음을 무겁게만 했다.
사하를 두고 사하라 사막? 을 생각했는데 러시아에 있는 사하공화국이었다. 인터뷰를 읽어보니 좀 더 이해가 잘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