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어본다. 나 같은 새내기 독자는 세상 읽어볼 일 없던 책 중의 책인데 문학동네 북클럽 가입하니 한 권이 왔다. 젊은 작가들은 어떤 글을 쓸까? 요즘 추세도 알아야 하지 않아? 뭐 이런 생각으로 읽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짧은 단편이니 그냥 편한 맘으로 읽을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짧다고 내용이 가벼운 건 아닌지라 한 편 한 편 읽다 보니 생각보다 진지해지네..
내가 생각하는 젊은작가상에 대한 의미가 달랐다. 나는 소설가는 희망하는 예비 작가들이 글을 지원해서 신인상을 받는? 그런 상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이미 작가로 등단한지 10년 이내의 작가들 대상이었고 전년도에 발표된 중단편 중 잘했어~ 이런 의미로 선정한 7개의 작품 모음집이었던 거다. 그리고 대상을 뽑지만 상금은 모든 작가가 700만 원으로 같다고 한다. (TMI)
작가들의 나이는 대부분 내 또래였다. 어디 회사를 취직했으면 대리, 회사 규모나 직종에 따라 그 이상은 맡을 수 있는 어느 정도 숙련된 한창 날아다닐 나이?였던 거다. 그렇다고 내가 날아다니고 있다는 건 아니고. 여하튼 생각보다 재미있게 진지하게 읽었다.
물론 나에게도 취향이 있어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다 싶은 글이 몇 개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좋았다. 신선했다.
나에게 7개의 작품 중 대상을 뽑으라 했다면 나 역시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선택했을거다. 퀴어 소설, 게이가 나오는 소설은 처음 읽었다. 놀랐다. 게이가 나와서 소재가 독특하지만 내용이 참신하고 재미있어 상을 줬을까? 생각했는데 다른 수상작에도 게이가 나온다. 거참 신기하네. 그리고 이미 박상영은 등단작도 게이가 나온다고 들었다. 게이일까? 그건 중요한 건 아니고 여하튼 글이 가벼운 내용은 아니나 유쾌한 구석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이상한 건 이 소설도 그렇지만 이 책에 나온 다른 게이가 나오는 소설도 앞부분의 화자 [나]를 난 여자로 생각했다가. 아차. 했다는 거다. 그냥 생각을 묘사하는 부분이나 느낌이 당연히 여자 화자구나.. 했다가 화들짝. 이런 느낌이랄까. 요즘은 페미니즘 소설, 퀴어 소설이 많이 나오는 시대라는 말을 보고 아. 그렇구나.. 했다. 여하튼 다 읽고 나서야 제목 속 우주의 맛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내가 좋았던 건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이다. 한 여성의 일기 같은 느낌의 소설인데 감정이 섬세하다고 할까. 특정 시기에 급격히 친해져 마음을 나눴던 누군가와 소원해짐을 이야기한다. 시간, 상황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로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는 경험. 살면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겪어봐서인지 이 소설은 남 이야기 같지 않고 몰입 됐다. 이국적인 프랑스 풍경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고 사실 난 주재원이 뭔지 몰랐는데 [어떤 임무를 띠고 파견되어 일정한 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거였다. 처음엔 나랏일 하는 공무원인 줄 알았네.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쓰라린 기분이었다. 나에게 소설 속 언니 같은 존재는 누구누구일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연락을 안 하려고 안 한다기보다 내가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건지, 서로의 생활이 달라졌는데 막상 만나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예전처럼 즐거울까? 이런저런 생각 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으니 그저 씁쓸할 뿐.
김희선 [공의 기원] 읽다가 읽다가 등장인물을 검색까지 해봤는데 아무리 해도 안 나와... 공 하나로 이만큼 사실적인 뻥을 늘어놓는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라는 해설을 보고 아차 했다. 아... 소설이지.. 그래서 괜히 속았다며 작가에게 화를 내보다 이건 소설인데 속은 내가 바보 아냐? 이런 생각도 해보다가 그런데 이건 소설 같지 않은데 이게 뭐지? 싶다가 소설가가 쓴 글이니 소설이지.라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다. 꽤 독특한 소설이었다.
역시 소설은 쓴맛인가. 전체적으로 희망참! 밝음! 사랑! 이런 것보단 우울, 침울, 후회, 회상, 헤어짐 이런 감정들이 더 많이 느껴지는 소설들이었다. 그나마 박상영의 소설이 위트가 느껴져 내가 1순위로 꼽았던 것 같다.
소설도 유명 작가 위주로만 읽지 이렇게 신인 작가들, 또 이렇게 내 또래의 작가들의 글을 보니 신선했다. 작가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으니 전부 이 작가들의 실제 이야기일 거라 생각하게 되는.. 에세이를 많이 읽어서 그런가.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게이 소설을 쓰면 이 사람이 게이일까? 회사를 그만두고 엄마와 살게 됐으면 이 사람도 지금 그런 건가? 자꾸 실제 이야기 일 것 같다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아 이건 소설일세!
그리고 난 아직 까막눈인지라 각 소설 맨 뒤에 나오는 해설 글을 봐도 전혀 해설같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어려운 소설같이 느껴졌다. 나에겐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중 후반부터 해설은 읽지 않았다. 그냥 느끼고 싶은데 수능 언어영역 소설 풀이 같단 생각이 번뜩 들면서 해설은 거부하고 싶다! 이런 기분이 들었다. 내년에도 난 북클럽 예정자니 내년 수상작품집도 아마 읽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