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7 (D-1)
신촌역 쪽에서 수업 장소까지 가는 길에 수업 끝나고 나오는 듯한 대학생 무리들을 봤다. 서강대 쪽에서 넘어오는 학생들일까. 대학생들은 내 눈에는 좀 촌스럽게 하고 다니지만 다들 밝고 활기차다.
마음 같아서는 2018년 1월에 참여하고 싶었던 수업이다. 100일간 글쓰기를 매일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내가 모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이런 수업을 듣는 건 오바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하고 미루다가 3월에 듣게 되었다. 오랜만에 약간의 강제성을 띤 수업을 들어보려니 대학생이 되는 기분이다.
대학생 때 들었던 많은 수업 들은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학점을 채우기 위해 관심 없는 과목들을 그냥 들었다. 그 수업 들을 돈으로 환산하면 난 죽어라 공부를 했어야 한다. 그때는 몰랐다. 그냥저냥 학점을 채우고 졸업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미대를 다녀서 더욱더 일반교양 과목들은 등한시 했고 학점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졸업이수 학점을 채우고 겨우 졸업을 했다.
그런데 다시 배움의 길을 선택하다니. 그것도 어렸을 때 끔찍하게 싫어하던 글쓰기라니!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 무언가 새로운 분야를 배운다는 건 시간적으로나 수강료 부분이나 쉽지는 않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그 시점이 일반적으로 대학생 시기인 20대 초반에 몰려있는 상황이 아쉽다.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무지했고, 생각이 없었다. 진지한 수업을 받아들이고 헤아리기엔 너무 어렸다 싶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는 생각 못하지만 그때는 더 가벼웠다.
뒤늦게라도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기고 배워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다. 워낙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해서 나는 80세 할머니가 되어서도 무언가 배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글쓰기 말고도 리본아트나 포장 아트도 배워보고 싶어서 계속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는 중이다.
오랜만에 딱딱한 의자에 2시간을 앉아 있으려니 엉덩이가 배겨서 혼났다. 다음 수업 때는 방석을 가져가야지. 100일간 글을 꼭 써야지. 100일 완주하고 완전 글 잘 써야지. 이런 생각은 없었는데, 선생님의 첫 수업을 듣고 나니 100일 완주를 하고 당당하게 완주했다! 말하고 싶어졌다. 중간에 해외여행 일정이 있어서 시차 때문에 완주가 가능할까 싶기도 한데 한국시간 맞춰서 어떻게든 적어봐야겠다. 선생님의 마지막 종강 사진에 찍히는 게 나의 목표!
18학번 신입생처럼 수업을 듣고 임해야겠다. 에세이만 쓰다 보면 일기장이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일주일간의 나만의 커리큘럼도 세워보는 시간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