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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Mar 21. 2018

흰머리 너를 받아들인다.

0321 (D-5)


흰머리 너를 받아들인다.


여성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피부와 주름, 특히나 주름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목주름 크림 목주름 팩까지 나오며 피부과에 가면 리프팅, 보톡스 등 시술을 하려는 여성들로 북적인다. 노화는 여성들에게는 최대의 적이자 거부하고 싶은 숙명이다. 나도 예전에 모공을 줄여준다는 레이저 시술과, 팔자주름 필러 주사를 받아본 적 있다. 다시는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른 살이 넘어가고 거울 봐도 예전같이 않은 얼굴. 어려 보이고 싶은 마음이라기보다는 나이 들어 보이기 싫은 마음에 큰맘 먹고 해본 건데 몇십만 원을 들여서 시술을 해봤지만 너무 아팠다. 내 돈 주고 아프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효과는 느꼈지만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계속 그렇게 시술을 하면서 살지는 못할 것 같았다.

 ‘피부는 그냥 잘 세안하고 마스크팩 열심히 해주는 정도로 유지하자 어차피 나이 드는 건 누구도 못 막으니까’라고 생각하고 지내고 있는데 흰머리는 도저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20대 시절 흰머리가 가끔 하나씩 나면 그냥 새치다. 생각하고 뽑았다. ‘나에게도 흰머리가 나다니 놀랍다.’ 이 정도 느낌이었는데 35살이 된(만으론 아직 33살이다!!!!!) 2018년에는 유독 흰머리가 눈에 많이 띈다.

약은 녀석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싶은 건지 항상 겉 머리 말고 살짝 한 겹 아래쪽에 숨어서 자란다. 흰머리도 어찌나 새햐얀지 보면 전부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내가 내 흰머리 말고도 남자친구의 흰머리를 뽑으려 하면 
“흰머리도 머리야~”
하면서 거절한다. 머리는 맞지.. 보기 싫어서 그렇지... 남자들은 모 그리 쿨한 건지. 나도 흰머리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할까. 뽑아도 계속 그 자리는 흰머리가 나오는 것 같다. 흰머리 보이는 대로 족족 뽑아대다가는 머리숱도 별로 없는데 대머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내 머리색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처럼 좀 멋있게 아예 백발로 바뀐다면 모르겠지만 (그녀의 유능해 보이는 이미지와 직업이 멋있어서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잦은 염색과 탈색, 펌 등으로 상한 내 머리 이제는 흰머리까지.. 받아들여야겠지. 주기적으로 새치머리 염색을 해야겠지. 조금 서글프다. 어린 친구들은 꼭 자기소개에 몇 살 누구누구예요라고 말하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에도 자기소개에 21,23 이런 식으로 붙여 놓았다. 그래 너네 20대 초반이다 이쁜 나이다!  숫자의 올라감은 30살 넘은지 5년 차가 되니 내가 33살인지 34살인지 35살이나 됐는지 맨날 헷갈리는데 누가 물으면 고민하며 세보고는 있지만, 거울 볼 때 확실히 드러나는 나이 듦의 증거! 흰머리를 발견할 때면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고. 나이 들면 흰머리 생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 집에서 염색하면 되는 일이지만  왜 이렇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건지. 하지만 이젠 흰머리 너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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